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필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켜면 AI가 제안하는 ‘맞춤형 상품’들이 화면을 장악한다. 정작 사야 할 생필품을 찾으려면 원치않는 추천 상품들을 한참이나 지나쳐야 하는 이른바 ‘스크롤 전쟁’이 일상이다. 편리함을 기치로 내건 AI 알고리즘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디지털 방해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 "한 번의 클릭, 영원한 굴레"... 초개인화 알고리즘의 민낯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단연 '초개인화 추천 시스템'이다. AI가 고객의 구매 이력은 물론 검색 패턴, 페이지 체류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까지 유사 상품을 집요하게 노출하는 방식이다. 실제 국내 주요 플랫폼들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패션 플랫폼(무신사, W컨셉 등)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는 순간 메인 탭의 '나를 위한 추천' 영역이 즉각 재편된다. 앱을 종료해도 "보셨던 상품이 인기 급상승 중"이라는 푸시 알림이 따라붙으며 재방문을 강요한다. 이커머스(쿠팡, 11번가 등)에선 생필품 검색 시 '추천 검색어'부터 하단 리스트까지 동종 상품군으로 도배된다. 소비자가 다른 대안을 고민할 틈을 주지 않는 구조다. 기술적으로 이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과 '리타겟팅(Retargeting)'의 결합이다. 소비자가 소비한 콘텐츠의 속성을 분석해 비슷한 제품을 매칭하고, 앱 밖에서도 배너나 알림으로 해당 상품을 지속 노출하는 일종의 '디지털 잔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 편리한 큐레이션인가, 지능적인 ‘필터버블’인가 업계는 이러한 시스템이 소비자의 탐색 시간을 줄여주는 '효율적 쇼핑 환경'이라고 항변한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수천만 개의 상품 중 고객 취향에 근접한 상품을 골라주는 것은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이며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계의 시각은 우려 섞여 있다. 이른바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 때문이다. AI가 사용자의 과거 데이터에만 매몰되어 유사한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기회를 차단하고 특정 정보에만 갇히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2021년 한국취업진로학회 논문에 따르면,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클릭을 기반으로 유사 상품을 반복 노출할 경우 사용자의 관심사가 인위적으로 강화되고 소비 선택이 한 방향으로 편중되는 '취향 강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 마케팅학회의 학술지 'Journal of Marketing' 역시 초개인화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보 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킨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줄 때만 먹어라?"... 이제는 AI '거부권' 논의해야 할 때 전문가들은 고도화된 AI 예측 시스템에 대응해 소비자의 '알고리즘 통제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천된 목록 중 하나를 고르는 수준을 넘어, "더 이상 이 카테고리를 추천하지 마라"고 명령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과거 아마존의 '예측 배송' 기술이 현재는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더욱 정교해졌다"며 "수동적으로 추천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 구조에서 소비자에게 알고리즘에 대한 '거부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는 분명 쇼핑의 효율성을 높여주었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를 데이터의 감옥에 가두고 있다. 기업들이 '락인(Lock-in) 효과'에만 매몰되어 소비자 자율성을 외면한다면, AI 추천은 서비스가 아닌 '스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초개인화는 소비자가 '보지 않을 권리'까지 존중할 때 완성된다.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2029년, 인류는 기계와 인간을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는 '범용인공지능(AGI)'의 시대를 맞이할 것인가.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구글 인공지능 부문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던진 이 예언은 단순한 기술적 전망을 넘어, 전 세계의 정치·경제·외교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지난 4월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콘퍼런스 '휴먼X(HumanX)'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장에서 커즈와일 이사는 확신에 찬 어조로 "2029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도래는 오히려 보수적인 예측"이라며,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경고했다. 2025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2회차를 맞이한 ‘휴먼X’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AI 석학과 빅테크 리더들이 집결하는 핵심 포럼으로 급부상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인간 중심의 비전’을 공유하며 매년 상반기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본 행사는 글로벌 벤처 투자사 케미스트리(Chemistry)의 공동창업자 이선 커즈와일(Ethan Kurzweil)을 비롯한 테크 분야 리더들이 설립한 ‘HumanX 재단’이 주최한다. 특정 기업의 홍보 수단을 넘어, 기술·외교·사회 전반의 전문가들이 모여 독립적으로 인공지능의 미래를 설계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이 컨퍼런스는 기술 전시를 넘어,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 시점과 수명 탈출 속도(LEV) 등 파격적인 미래 학술 담론을 공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올해는 레이 커즈와일 등 세계적 석학들이 대거 참여하며, AI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글로벌 지식 공유의 장으로 위상을 굳혔다. ■ 튜링 테스트의 종말: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커즈와일이 정의하는 AGI는 단순히 계산 능력이 뛰어난 컴퓨터가 아니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화할 때 인간 평가자가 상대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 즉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완벽히 통과하는 시점을 AGI의 완성으로 본다.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제안한 지능 판별법이다. 판정단이 텍스트 대화만으로 상대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맞히지 못한다면, 그 기계는 '지능이 있다'고 간주한다. 커즈와일이 말하는 2029년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특유의 비유, 유머, 감정적 뉘앙스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시점이다. 이제 '인간답다'는 기준이 더 이상 생물학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됨을 의미하며, 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적 능력을 갖춘 '비생물학적 존재'를 동료로 인정해야 하는 철학적 전환점이 된다. 커즈와일이 자신의 저서를 집필하며 겪은 경험은 인공지능의 진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AI는 단순히 단어 뒤에 올 확률이 높은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커즈와일이 수십 년간 집필해온 방대한 데이터와 철학적 논리를 학습하여,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결론으로 향할지를 미리 꿰뚫어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문장을 채 마치기도 전에 AI가 다음 논리를 예측해 완성도 높은 제안서를 내놓았다는 것은, AI가 저자의 '사고 프로세스' 자체를 복제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의 창작 활동이 AI와 분리될 수 없는 '공동 창작'의 영역으로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AI가 "사과가 뭐야?"라는 질문에 백과사전식 답변을 내놓는 '검색 도구'였다면, 현재와 미래의 AI는 인간처럼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가설을 세우는 '사고 엔진'으로 진화했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 한계로 인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과 속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사고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되, 이를 기계의 속도로 처리한다. 커즈와일은 이를 '인간 지능의 확장'이라 부른다. AI가 인간의 사고 방식을 복제한 뒤 이를 다시 인간에게 제공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지적 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2029년 AGI의 탄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영역(복잡한 사고, 창의적 집필, 공감적 대화)이 기계에 의해 완벽히 구현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커즈와일은 이를 통해 인류가 더 높은 수준의 문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 서막이 이미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모델을 통해 우리 곁에 도착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 기술이 기술을 낳는 ‘자기 증식적’ 진보…“21세기 성장은 과거 2만년과 맞먹어” 커즈와일 이사가 예견하는 AGI 도래의 핵심 엔진은 바로 ‘수확 가속의 법칙’이다. 이는 인류의 기술 발전이 산술급수적인 직선형태가 아니라, 복리 이자처럼 불어나는 기하급수적 곡선을 그린다는 통찰에 기반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과거 10년간 이룩한 성과가 향후 10년에도 반복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커즈와일은 기술 발전의 속도 자체가 빨라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현재의 기술’이 ‘다음 세대 기술’을 만드는 고도화된 도구로 활용되면서, 발전의 주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단축된다는 논리다. 그는 이러한 가속력을 바탕으로 "21세기에 이뤄질 기술적 진보의 총량은 지난 20세기 기준으로 환산할 때 약 2만 년 치의 변화와 맞먹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는 ‘달러당 연산 능력의 기하급수적 성장’이다. 1939년 초기 계산 장치부터 2026년 현재의 초거대 AI 가속기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는 전쟁이나 경제 공황 같은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상승해 왔다. 과거 거대한 연구소를 가득 채웠던 연산 능력이 현재는 개인의 손바닥 위 스마트폰으로 구현되듯, 연산 효율의 극대화는 지능의 탄생 비용을 낮추고 있다. 커즈와일은 이 법칙에 따라 2029년경에는 평범한 개인용 컴퓨터 한 대가 인간 뇌 전체의 정보 처리 능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압축된 미래’의 도래…수십 년의 변화가 단 몇 년 만에 수확 가속의 법칙이 시사하는 바는 ‘미래의 압축’이다.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던 산업적 전환과 사회적 변혁이 앞으로는 단 몇 년, 혹은 단 몇 개월 만에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에 경외감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이유는, 인류 문명이 기하급수적 곡선이 수직에 가깝게 꺾여 올라가는 ‘특이점(Singularity)’의 초입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커즈와일은 이러한 가속의 관성이 유지되는 한, 2029년 AGI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물리적 결론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커즈와일의 예언은 기술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숙명인 '죽음'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바로 2032년, 인류가 '수명 탈출 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 LEV)'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명 탈출 속도(LEV)란 의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나이가 드는 속도보다 빨라지는 지점을 의미한다. 현재는 1년의 시간을 보낼 때 기대수명이 약 4개월 늘어나는 수준이지만, 2032년에는 1년을 생존할 때마다 의학적 진보를 통해 수명이 1년 이상 늘어난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인류는 생물학적 노화를 기술로 극복하며 '영생'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다. 이는 보험, 연금, 의료 시스템 등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구조의 전면적인 재편을 의미한다. ■ 팍스 실리카(Pax Silica): "반도체가 곧 평화이자 권력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 외교 지도는 이제 영토가 아닌 '기술 공급망'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외교가에서 가장 뜨거운 두 축은 '팍스 실리카'와 '인도 AI 임팩트'의 대립과 공조 구조다. '팍스 실리카'는 과거 로마가 힘으로 세계 평화를 유지했던 '팍스 로마나'에 빗댄 용어다. 여기서 실리카(Silica)는 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규소를 의미한다. 즉,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국가들이 세계 질서를 주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이 동맹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경제 연합이 아니다. 군사 무기, 국가 기간시설,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를 구동하는 '반도체'와 그 원료인 '희귀 광물'을 우리 편끼리만 안정적으로 주고받자는 기술 안보 블록이다. 초기에는 한국, 일본, 영국 등 전통적인 우방국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중동의 자본력을 가진 UAE(아랍에미리트)와 거대 시장을 가진 인도가 합류했다. 이는 AI가 IT 기술을 넘어,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안보 자산'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과 서구권 국가들이 AI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안전(Safety)'과 '규제'를 강조할 때, 인도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며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 주로 개발도상국)'의 리더로 나섰다. 성장 중심의 뉴델리 선언: 인도가 주도한 'AI 임팩트 서밋'에서 발표된 이 선언은 "AI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해 가난과 불평등을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인도를 비롯한 91개국은 서구권 중심의 '안전 담론'이 자칫 개발도상국들의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을 경계한다. 이들에게 AI는 당장 교육 수준을 높이고, 농업 생산성을 개선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실무적인 도구(Impact)인 셈이다. ■ 기술 전쟁의 핵심: 합종연횡과 외교적 줄타기 이 두 흐름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략적으로 손을 잡기도 한다. 인도는 미국의 '팍스 실리카'에 가입해 첨단 기술 안보망에 발을 담그는 동시에, 스스로 'AI 임팩트 서밋'을 주최하며 신흥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양쪽 진영에서 실리를 모두 챙기겠다는 고도의 외교 전술이다. 과거의 외교가 영토 분쟁이나 자원 확보에 치중했다면, 2026년 현재의 외교는 "누가 더 강력한 AI 연산력을 가졌는가"와 "누가 그 연산 장치를 만드는 공급망에 포함되어 있는가"를 두고 벌이는 거대한 체스판과 같다. 팍스 실리카는 AI 기술이 적대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수성(守城)'의 성격이 강하며, 인도 AI 임팩트는 AI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리려는 신흥 세력의 '공성(攻城)'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은 이 사이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주권자로서 어느 쪽과 손을 잡고 어떤 목소리를 낼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 대한민국, 'AI 슈퍼 사이클' 올라탔지만… 신뢰와 격차는 과제 한국은 이 거대한 가치 사슬의 최첨단에 서 있다. 3월초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175.9% 급증한 배경에는 엔비디아 GPU와 결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다. 한국의 반도체가 글로벌 AI 가동의 혈액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 아시아 최초의 포괄적 AI 기본법을 시행하며 의료, 채용 등 민감한 11개 영역을 '고위험군'으로 지정, 투명성 의무를 부과했다. 혁신을 지원하되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AI에 대한 신뢰도는 29%에 불과하다. 특히 50대 이상의 66%가 기술 발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디지털 격차'가 사회적 갈등의 도화선이 될 우려가 크다. 2026년은 인류 문명이 디지털과 생물학의 경계를 허무는 변곡점이다. 2029년 AGI가 도래하는 그날, 한국은 우수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공급자를 넘어, 인공지능 윤리와 새로운 문명의 질서를 설계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거듭나야 한다. 향후 3년은 한국이 기술 패권 경쟁의 파고를 넘어 선도국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가장 치열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경제타임스 전영진 기자 | 증권업계가 '빚투(빚내서 투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고령층과 초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방위적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 경험이 적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자, 단순한 수익성 확보보다는 '선제적 보호'로 경영 기조를 선회한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레버리지 거래 서비스 등록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프로세스를 고객 보호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4월 17일 밝혔다. 특히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디지털 채널의 대출 및 신용거래 화면에 유의사항 문구를 전면 배치했다. 이는 투자자가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원금 손실 위험과 반대매매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인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 투자자를 위한 세분화된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신용거래 신청서와 설명서에 연령과 거래 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안내 사항을 명시하고, 영업점에는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해 고령층의 재무 상황에 맞는 '밀착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비대면 고객 역시 전담 센터를 통해 숙련된 상담원으로부터 신용 수준에 맞는 표준화된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경제타임스 전영진 기자 | 부실기업의 이른바 '줄타기'식 상장 유지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KOSPI)과 코스닥시장의 상장 규정 개정안을 재예고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고 4월17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인 '동전주'들이 편법을 동원해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는 데 있다. 당초 거래소는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은 기업이 단순히 주식을 합치는 '주식병합'만으로 상폐 요건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달' 시 상폐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더욱 정밀한 '회피 행위 제한' 방식으로 선회했다. 무조건적인 제재보다는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자본 구조 조정을 타격하겠다는 의도다. 수정안에 따르면, 동전주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지 1년 이내에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마친 기업은 이후 90거래일 이내에 다시 병합·감자를 단행할 수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합산 비율이 10대 1을 초과하는 초고배율 병합 등은 금지된다. 이는 경영 정상화 노력 없이 기술적 지표 조작으로만 상장 지위를 유지하려는 한계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강
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코스피 6000포인트 시대가 열리며 국내 증권사들이 유례없는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과 자산관리(WM) 부문의 성장이 맞물리며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교보증권 김지영 수석연구위원은 4월15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2026년 1분기 당기순이익이 2조85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63.1%,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2.4%나 폭증한 수치다. 이 같은 실적 호조의 일등 공신은 단연 거래대금이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는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익 극대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주식시장 강세에 힘입은 금융상품 판매 확대와 1~2월 금리 안정화에 따른 S&T(Sales & Trading) 부문의 운용 수익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종목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약 1조원 규모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익을 거두며 연초 대비 주가가 211.4% 상승하는 등 두드러진 행보를 보였다. 키움증권(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를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월가 사상 유례없는 '메가 IPO'가 예고되면서 국내 증권가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시장의 모든 시선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맏형, 미래에셋증권으로 쏠린다. 머스크의 비전에 일찍이 베팅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조 단위의 평가이익과 기록적인 수수료 수입을 동시에 거머쥘 '역대급 잭팟'의 주인공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4월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의 상장이 가시화됨에 따라 지분 투자를 넘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전무후무한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은 앞서 스페이스X를 비롯해 xAI, X(옛 트위터) 등 머스크 관련 자산에 약 6,1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이 자산들이 스페이스X로 통합된 가운데, 이미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만 약 1조3,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원금을 포함한 평가금액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 기업가치 2조 달러 시대…지분가치 최대 3.2조원 '껑충' 시장의 관심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미래에셋
경제타임스 안후중 칼럼니스트 | 14세기 초, 프랑스 왕 필립 4세는 군사력을 동원해 교황 보니파시오 8세를 핍박하고 이후 일곱 명의 교황을 아비뇽(Avignon)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가톨릭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아비뇽 유수(Avignon Papacy, 幽囚, 강제 체류·연금)'는 세속 권력이 보편적 도덕 권위를 어떻게 무릎 꿇리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로부터 700여 년이 지난 1월 22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한 미국 관리의 입에서 바로 그 단어가 다시 튀어나왔다. 듣는 이는 교황청 주미 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Christophe Pierre) 추기경이었다. 이 한 장면은 2026년 현재 워싱턴과 바티칸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도적 군사력과 교황 레오 14세(Leo XIV)의 도덕적 권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충돌의 파편은 멀리 한반도까지 날아와, 호르무즈(Hormuz) 해협에 산업의 명줄을 걸어둔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부위에 박혔다. ■ 최초의 미국인 교황, '도덕적 방패막이'를 거부하다 지난해 5월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본명 로버트 프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현직 경제 앵커이자 언론사 경영진으로서 공적 책임을 다해온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TV의 간판 앵커이자 경제타임스 이사로 재직 중인 온인주가 서울특별시 강남구의회(의장 이호귀)로부터 의장 표창을 수상하며, 언론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방송과 신문이라는 이종 매체를 넘나들며 쌓아온 전문성과 지역사회를 향한 헌신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 ‘경제 읽어주는 앵커’에서 ‘신뢰의 아이콘’으로 온인주 이사는 오랜 시간 한국경제TV 앵커로서 마이크를 잡아왔다. 그는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와 산업 이슈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는 독보적인 전달력을 갖췄다. 특히 복잡하게 얽힌 시장 흐름과 시시각각 변하는 정부 정책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전달하며, 투자자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탄탄한 신뢰도를 구축해 왔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온 이사의 강점을 ‘정확성’과 ‘공공성’의 조화로 꼽는다. 자극적인 정보가 난무하는 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객관적인 팩트 체크를 바탕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
경제타임스 안후중 칼럼니스트 | 한 문장이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4월 7일 오전에 다시 확인했다.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라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 줄은, 21세기 외교사에서 가장 섬뜩한 문장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곧 명령이자 정책이며, 때로는 선전포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한 문장으로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라는 군사작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핵 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겨냥했던 전쟁은, 발전소와 교량과 사람들의 일상을 겨냥한 전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석기 시대로(back to the Stone Age) 되돌려 놓겠다"는 협박은 이미 군사적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민간인에 대한 공포 조장이었다. 국제법의 언어로 이 발언을 번역하면 더욱 참담하다. 국제인도법(IHL,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제네바협약)은 군사 목표물과 민간 시설을 엄격히 구분할 것을 명령한다. 발전소와 교량, 식수 시설은 '민간인의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경제도시 제다(Jeddah)가 심각한 폐기물 포화 상태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 컨소시엄(URBANOVA(대표 박병준), 사우디 제다 폐기물 자원화 컨소시엄(가칭))'이 제안한 혁신적인 '투트랙 이중 에너지 회수 전략(Two-Track Dual-Energy Recovery Strategy)'이 현지에서 강력한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단계를 넘어, 폐기물을 신재생 에너지와 건설 자재로 탈바꿈시키는 이른바 '폐기물의 연금술'이 사우디 '비전 2030' 달성의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 와디 나킬의 비명... 제다, 매립 한계치 도달에 ‘비상’ 현재 제다의 상황은 절박하다. 주요 매립지인 와디 나킬(Wadi Nakhil)은 이미 수용 한계치에 도달해 '매립 포화'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을 통해 매립 의존도를 9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유기물 함량이 높은 제다 특유의 폐기물 구성은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이에 한국 컨소시엄은 제다의 폐기물 특성을 정밀 분석해 △유기물은 바이오가스(RNG, Renewable Natural Gas)로 △무기물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법무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출입국정보화센터 이전 및 클라우드 전환 사업’이 입찰 공고 수정이라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특혜 의혹’이라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법무부와 조달청이 내놓은 보완책이 "무늬만 공정일 뿐, 특정 업체를 위한 레드카펫은 여전하다"며 강력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 ‘독소 조항’ 뺐지만..."깃털만 건드린 미봉책" 비판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본지를 포함한 언론들이 제기한 ‘진입 장벽’ 논란이었다. 당시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에 명시된 '공공기관 전산센터 이전 실적' 배점과 프로젝트 매니저(PM)의 '6개월 이상 재직' 요건이 특정 대형 IT 서비스 업체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법무부와 조달청은 최근 해당 실적 배점 항목을 삭제하고 PM 재직 기간을 3개월로 완화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중견 IT 업체 관계자는 “정량평가에서 점수 몇 점을 조정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실제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개입되는 ‘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코스닥 시장에서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난 초급등세가 나타나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이오·헬스케어(건강기능식품(건기식) 및 기능성 화장품)와 의약품(면역 조절제 및 난치성 질환 치료제) 유통을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 비엘팜텍(065170)이다. 단 13거래일 만에 주가가 14배나 폭등한 이번 사태는 테마주 열풍을 넘어선 '기현상'으로 평가받는다. ■ 570원에서 8,000원까지…기록적인 '텐배거'의 탄생 지난 2월 초순까지만 해도 주당 500원대 동전주에 머물던 비엘팜텍이 불과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8,000원 고지를 밟았다. 상승률로 치면 약 1,300~1,400%에 달한다. 통상적인 급등주가 2~3배 상승 후 조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비엘팜텍은 연일 상한가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주식 시장에서 흔히 '꿈의 수익률'이라 불리는 '텐배거(Ten Bagger)'의 탄생이다. 텐배거는 매수가 대비 주가가 10배 이상 오른 종목을 뜻하는 용어로,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Peter Lynch)가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하여 대중화되었다. 이 용어는 흥미롭게도 야구에서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OpenAI가 챗GPT에 광고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2월3일(현지시간)공식 발표했다. 단순히 새로운 수익원을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지난 20여 년간 구글이 지배해온 검색 광고 제국을 뒤흔들 거대한 지각변동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다. ■ ‘광고는 싫다’던 샘 올트먼의 변심…1.4조 달러 인프라가 바꾼 AI의 미래 그동안 샘 올트먼 OpenAI CEO는 "광고 모델은 AI 답변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상황은 급변했다. 핵심 원인은 천문학적인 '현금 소진(Cash Burn)'이다. OpenAI는 지난해 매출 200억 달러를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올해에만 최대 140억 달러(약 19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향후 수년간 투입될 인프라 비용이 1.4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8억명에 달하는 무료 이용자들을 수익화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 충격적인 가격표 "CPM 60달러 vs 38달러" 최근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OpenAI는 챗GPT 광고의 초기 CPM(1,000회 노출당 비용)을 약 60달러(약 8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