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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월)

[조전혁 칼럼] 요동치는 국제경제질서, 실력만이 답이다

조선업이 증명한 ‘실력의 외교학’,
'기술 자강'은 강대국 횡포 막는 유일한 방패 

 

 

경제타임스 조전혁 칼럼니스트 |  지난 주(미국 현지 시간 2월20일)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에 내린 위헌 판결은 국제 무역 질서가 여전히 법치라는 틀 안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냉혹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는 즉각 1974년 무역법 122조와 같은 ‘잠자는 조항’을 깨우며 사법부의 견제를 우회하고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단기적인 정치 풍랑에 일희일비하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제조업 핵심 역량을 '대체 불가능한 안보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지독히 현실적인 장기 전략이다.

 

■  조선업이 증명한 ‘실력의 외교학’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최근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보여준 한국 조선업의 위상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세계 최강의 해상 패권을 자랑하는 미국이 자국 조선 산업의 쇠퇴라는 치명적 약점에 직면했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은 대한민국이었다. 이는 우리가 착해서도, 미국이 관대해서도 아니다. 거대 함정을 적기에 건조하고 정밀하게 수리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춘 국가가 지구상에 한국 외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체 불가능한 안보 자산’이라는 목표가 결코 망상이 아님을 실체적으로 증명한다. 미국이 아무리 자국 우선주의를 외쳐도, 한국의 조선소 없이는 해군력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물리적 현실’ 앞에서는 결국 최고의 호혜적 대접을 약속할 수밖에 없다. 즉, 압도적인 제조업 실력이 뒷받침될 때 국제 질서의 규칙은 강대국이 아닌, 실력을 보유한 국가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 기술 자강: 강대국의 횡포를 막는 유일한 방패 


트럼프의 관세 폭주와 공급망 재편 압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반도체, 배터리, 그리고 조선업에서 보여준 것처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노드’를 장악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의 기술이 미국 산업의 혈류를 쥐고 있는 한, 관세는 우리를 때리는 몽둥이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자해 공갈이 된다.

 

전략적 레버리지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삼성과 SK의 초격차 반도체가, K-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그리고 우리 조선소의 도크(Dock)가 세계 경제의 안녕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각인시켜야 한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우리 없이는 질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실체적 진실뿐이다.

 

■ ‘공급망 중심 국가’를 향하여 


우리는 이제 단기적인 통상 협상의 승패에 연연하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거나 법 조문 하나가 달라지는 것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상책(上策)은 미국과 중국, 혹은 그 어느 국가라도 대한민국을 배제하고는 미래 산업을 설계할 수 없도록 제조업의 기초 체력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제조업의 고도화와 AI·바이오 등 신산업 공급망 선점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조선업의 성공 사례를 다른 산업군으로 확장하여,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의 '린치핀(Linchpin)'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며 원칙을 지키는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남을 때, 국제 사회의 명분과 실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국제 정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지만, 그 힘의 실체는 이제 영토나 군사력을 넘어 ‘공급망 지배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풍랑은 언제나 불어오지만, 기술 자강의 뿌리를 깊게 내린 거목은 흔들릴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는다. 제조업이라는 대한민국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달궈,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공급망 중심 국가’로 우뚝 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격랑의 시대에 우리가 생존하고 나아가 번영하는 길이다.

 

※ [편집자주]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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