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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금)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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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칼럼] "혼자는 외롭고 둘은 불편" 1.5가구의 확장

800만 시대의 생존법…느슨한 연대가 돈 된다 미국·일본 휩쓴 '1.5인분 라이프'… 제도가 못 쫓아와

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대한민국의 가구 지형도가 임계점을 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36.1%, 가구 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800만 가구(804만5천)를 돌파했다.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양적 팽창 이면의 질적 분화다. 최근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자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인 권정윤 박사가 제시한 ‘1.5가구(1.5 Households)’는 이제 단순한 주거 형태를 넘어, 초개인화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생존 전략이자 비즈니스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1.5가구의 핵심은 ‘연결되지만 얽매이지 않는 전략적 연대’에 있다. 과거의 공동체가 끈끈한 정(情)과 희생을 전제로 했다면, 1.5가구는 철저히 합리적 계약과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나 MGRV의 ‘맹그로브’ 같은 코리빙 하우스의 흥행은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완벽하게 독립된 사적 공간을 사수하면서도, 라운지와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필요할 때만’ 연결되는 방식을 택한다. 룸메이트 매칭 앱인 ‘코지메이트’나 ‘룸프렌즈’에서 이용자들이 취향보다 청소 주기나 소음 민

[김재억 칼럼] 3.5조 창업 예산, "실패가 파멸아닌 자산 돼야"

입구만 화려한 국가 창업 시대, 사지로 내몰리는 청년들 위한 안전망 절실 취업 준비생만 찍어내는 교실…실무 경제 소양 없는 창업 선언은 공허한 메아리

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업 중심 사회’의 종언을 고하며 ‘창업 중심 사회’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하는 거대한 기술 문명적 전환기 속에서, ‘고용’이라는 낡은 해법 대신 ‘창업’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통치권자의 결단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기술창업 연구자로서 묻고 싶다. 화려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뒤편에 도사린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 창업 예산 3.5조의 역설, ‘안전한 출구’는 있는가 정부는 2026년 창업 지원 예산을 역대 최대인 3조 5천억 원 규모로 쏟아부으며 아이디어 단계부터 지원하는 이른바 ‘씨앗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정책의 수치는 화려할지언정 시장의 온도는 싸늘하다. 청년들이 창업을 망설이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이디어의 부재가 아니라 ‘실패 후의 삶’에 대한 원초적 공포다. 한국 사회에서 창업 실패는 곧 개인의 파산이자 가정의 경제적 붕괴로 직결되는 ‘연대책임’의 굴레다. 정부가 입구 전략(Entry strategy)인 지원금 확대에만 골몰하는 사이, 실패한 혁신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패자부활 제도와 금융 안전망이라는 출구 전략

[온인주 칼럼] "반도체 빼고 다 졌다" 韓 제조업, 중국에 완패

자동차·철강·기계 등 주력 4대 업종 무너져…수출 경쟁력 ‘빨간불’ 무역협회 보고서 “과거 평가 아닌 미래 생존 좌표에 대한 경고장”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 사실상 추월당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2월23일 발표한 ‘5대 주력 품목 한·중·일 수출경쟁력 비교’ 보고서는 이 불편한 현실을 숫자로 보여준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기계·철강·화학공업 등 4개 전통 제조업에서 한국은 모두 중국에 뒤처졌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중·일 3국의 제조업 판도 변화를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과 물량을 기준으로 한 ‘양적 경쟁력’, 비교우위와 부가가치를 반영한 ‘질적 경쟁력’을 함께 평가했다. 이 분석에서 중국은 이미 강점을 보이던 기계·화학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도 앞서 나갔다. 한국이 경쟁력을 지켜낸 분야는 오직 반도체 하나뿐이다. 이 결과를 단순히 “중국이 싸게 많이 만든다”는 이야기로 넘길 수는 없다. 중국은 이제 양적 규모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며, 제조 강국이 됐다. 전통 제조업에서의 추월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지난 5년간의 수출 경쟁력 지표는 이미 결론을 보여줬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의 5년이다. 현재

[박항준 칼럼] AI, 인간의 장기기억을 깨우는 거울

경제타임스 박항준 논설위원 | 인간은 망각의 존재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지만, 그 대부분은 의식 속에서 희미해지거나 무의식의 어두운 창고로 밀려난다. 그러나 잊힌 것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뇌과학자들은 기억이 특정한 계기로 재소환될 수 있음을 말한다. 냄새 하나, 노래 한 소절,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어린 시절의 장면을 불현듯 떠올리게 하듯이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이 기억의 소환을 돕는 새로운 존재를 맞이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AI는 단순한 계산기나 검색 엔진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의 장기기억 장치를 건드리는 자극처럼 작동한다. 내가 의식적으로 기억해내지 못했던 개념이나 문장을 AI가 제시하는 순간, 내 안에 깊이 묻혀 있던 경험과 지식이 되살아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외부의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무의식을 깨우는 행위에 가깝다. 그렇기에 “AI는 나도 모르게 인간의 장기기억 장치를 소환해 주는 존재”라는 표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사실에 가까운 진술이다. ​AI 학습의 또 다른 의미는 ‘거울의 확장’이다. 인간은 누구나 거울을 통해 자신과 내가 볼 수 없는 비가시적 (사각지대나 등뒤의) 상황을 확인한

[고은영 칼럼] 믿음이 팩트를 이길 때

–6편 이념갈등

–6편 이념갈등- 자주 듣는 정치분야 팟캐스트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저희 아버지는 아직도 코로나 백신은 효과 없고 위험한 정부의 음모'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댓글에는 ‘답이 없다’, ‘그냥 포기해라’, ‘틀딱은 바뀌지 않는다’ 같은 반응이 줄줄이 달렸다. 누군가를 설득하기보다 ‘내 편’ 안에서 분노를 공유하는 풍경. 객관적 사실보다 내가 믿는 믿음을 더 중시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단면이다. ■ 잘못된 확신이 사실을 이기다. 스웨덴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등장한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교육 수준, 아동 사망률, 경제 성장률 등 데이터를 질문으로 제시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정답을 맞혀보라고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경제 전문가, 정치인, 심지어 교수들보다 침팬지가 더 많은 정답을 맞혔다. 로슬링은 말한다. “문제는 무지가 아니라, 잘못된 확신이다.” 우리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 믿음은 우리 사회의 공공 영역에서도 사실을 압도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에 대한 통계 지표는 복잡하고 다

[고은영 칼럼] 로봇은 일하지만, 인간은 살아간다.

-5편 노동갈등

미국 한 신문사는 야근 기자 대신 AI가 밤새 스포츠 경기 결과를 정리하는 ‘로봇 기자’를 운영한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도 기사는 새벽에 자동으로 발행된다. 아침 출근한 기자가 보는 건 자신이 쓰지도 않은 기사다. AI는 피곤하지 않고 커피도 필요 없다. 심지어 휴가도, 퇴근도 없다. 그런 존재와 경쟁한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피로다. 카페 바리스타는 주문을 성실히 처리한 키오스크 옆에서 커피만 내리고, 콜센터 상담원은 음성봇이 50% 이상의 민원을 응대한 이후 ‘예외 케이스’만을 처리한다. 사람은 점점 보조인력으로 밀려난다. 효율과 비용 절감이라는 이름으로 기계는 일터의 중앙으로 들어왔고 인간은 그 주변부로 이동했다. ■ AI 시대, 노동의 의미 2023년, 카카오는 ‘AI 경영 효율화’ 정책을 내세우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I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계약직과 일부 지원부서 인력의 재계약을 중단했다. 내부 게시판에는 “AI가 사람을 평가한다”, “사람이 일하던 자리를 AI가 대신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IT 기업 내부에서조차 ‘기술과 사람의 공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였다. 한국고용정보원(KEIS)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자동화 확산으

[고은영 칼럼] '정책 롤러코스터'에 지친 아이들_공정은 어디에 있는가

-4편 교육분쟁-

4편 교육분쟁 정책과 입시, 그리고 부모와 학생 간 기대가 섞여있는 학교는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제도의 변화 속에서 공정성과 신뢰가 시험대에 오르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정권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 이런 교육 갈등은 단순한 제도 문제가 아니라 세대와 계층, 사회적 자본이 엮인 복합적 갈등이다. 목동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서 있으면 가끔 이런 대화가 오간다. “언니네는 정시야, 수시야?” “우리아이는 아직 중1인데 뭘 벌써부터 그런걸 생각해요!” 웃으며 대답했지만 내심 불안했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황급히 ‘정시 확대’, ‘수시 축소’를 검색해본다.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정책 변화에 더 예민해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제도를 좇다 보면 너무 복잡해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이러한 불안의 근원은 단순히 제도가 복잡해서가 아니다. 끊임없이 바뀌는 제도 속에서 혹시나 내가 무지하여 아이를 제대로 고등학교, 혹은 대학에 보내지 못했다는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까봐 불안은 커져만 간다. 정시의 공정, 그러나 그늘도 크다 2023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63%가 “정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정시의 '순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