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엔비디아(NVDA)가 매년 차세대 칩과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는 연례 최대 행사 ‘GTC 2026’이 이번 주 16~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 예정된 내일 새벽(17일) 3시(한국 시간), 전 세계의 시선은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의 공급 일정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한계를 돌파할 CPO(Co-Packaged Optics, 광 패키징) 기술로 쏠리고 있다.
■ GPU는 빨라졌는데 ‘길’이 막혔다… 전력 병목 현상 심화
그동안 AI 시장의 화두가 “GPU가 얼마나 더 빨라지느냐”였다면, 이제는 수천 개의 GPU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이동과 전력 문제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AI 모델이 커지고 GPU 수가 수천 개까지 늘어나면서, 이제는 칩 자체보다 그 칩들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장(GPU)의 생산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됐으나, 공장 사이를 잇는 도로(네트워크)가 밀려드는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과 공장 사이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 셈이다.
DS투자증권은 이런 흐름을 두고 AI 인프라의 병목이 연산 성능에서 데이터 이동과 전력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800G 광 트랜시버 한 개는 약 14~18W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64개 포트를 갖춘 스위치 장비 한 대를 운용할 경우 광 부품에서만 900W 이상의 전력이 들어간다
■ 고속도로 입구를 공장 바로 옆에… ‘CPO’가 가져올 변화
이러한 병목을 해결할 대안으로 실리콘 포토닉스와 CPO가 꼽힌다. 전기 신호 대신 빛(광)을 이용해 데이터를 보내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실리콘 포토닉스라면, CPO는 이 광통신 부품을 칩 바로 옆이나 패키지 안쪽에 직접 붙여버리는 방식이다. 즉, 데이터가 전기 신호로 길게 이동한 뒤 나중에 빛 신호로 바뀌는 대신, 광통신 부품을 칩 바로 옆으로 가져와 중간 전력 손실을 줄이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데이터가 일반 도로를 한참 달린 뒤에야 광통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면, CPO는 고속도로 입구를 공장 정문 바로 옆에 붙이는 구조다. 이를 통해 데이터 이동 구간을 최소화하고 중간에서 새는 전력 손실을 줄이는 개념이다.

▲ 기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는 ASIC과 광모듈 사이 전기 신호 구간이 길지만, CPO는 광엔진을 칩 패키지 가까이 붙여 전력 손실을 줄이는 구조다. 자료=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먼저 바뀌는 곳은 GPU 아닌 ‘교차로 칩’ 스위치
여기서 중요한 점은 CPO가 처음부터 GPU 전체에 바로 들어가는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포트는 CPO 확산의 중심이 우선 스위치 네트워크에 있다고 봤다. 스위치는 여러 서버와 장비로 데이터를 나눠 보내는 ‘교통정리 칩’이다. 도시로 치면 사거리나 고속도로 분기점 같은 곳이다. 차가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교차로인 것처럼, 데이터센터에서도 스위치가 가장 바쁜 길목이다. 그래서 전력 부담도 가장 크고, CPO를 적용했을 때 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난다.
반대로 GPU끼리 아주 짧게 연결되는 구간은 당분간 기존 구리선도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짧은 거리에서는 광통신이 꼭 더 좋은 것이 아니고, 비용도 더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CPO가 먼저 스위치에서 쓰이고, 그 뒤 장기적으로 GPU 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51.2Tb/s급 스위치에 CPO를 적용할 경우, 시스템 전체 전력을 약 20~30% 줄일 수 있으며, 스위치 한 대당 약 420W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를 1,000랙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면 연간 운영비(OPEX)를 약 1,170만 달러(약 150억 원) 이상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구조는 전기 신호가 보드를 길게 지난 뒤 광모듈로 넘어가지만, CPO는 광엔진을 칩 가까이 붙여 전기 구간을 크게 줄이는 방식이다. ▲자료=DS투자증권
■ 단순 부품 아닌 ‘패키징 혁명’… 2026년 하반기 분수령
CPO가 커지면 함께 중요해지는 기술 CoWoS가 꼽힌다. CoWoS는 쉽게 말해 여러 반도체 칩과 부품을 한 판 위에 가깝게 붙여, 하나의 큰 부품처럼 일하게 만드는 첨단 조립 방식이다. 칩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데이터가 오가는 길도 길어지고 전력 손실도 커진다. 반대로 가까이 붙이면 더 짧은 거리에서 더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DS투자증권의 이수림 연구원은 CPO가 완성되려면 광 엔진뿐 아니라 스위치 칩, 광섬유 연결부 등 여러 요소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통합해야 하고, 이때 필요한 대표 기술이 CoWoS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CPO를 ‘패키징 혁명’이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스위치 칩과 광모듈이 떨어져 있었지만, CPO는 광 부품을 패키지 안으로 끌어와 전체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어디에 무엇을 붙일지, 열은 어떻게 식힐지, 신호 손실은 어떻게 줄일지 모두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GPU 쪽은 이미 CoWoS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 광 입출력이 더해지면 패키지 면적이 커지고 조립 공정도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쉽게 말하면 CPO는 단순히 “선을 광으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아닌 칩과 메모리, 광 부품을 더 가깝게 붙이고, 그 조립 방식까지 바꾸는 기술이다. 이에 따 시장에서는 CPO를 광통신 테마로만 보지 않고, 반도체 후공정과 패키징 생태계를 함께 흔들 수 있는 변화로 보고 있다

▲ CPO 패키지의 Full Architecture= COUPE + CoWoS(CPO가 광 엔진 통합 기술인 COUPE와 첨단 패키징 기술 CoWoS를 함께 필요로 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자료=TSMC,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엔비디아는 이미 루빈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구조를 제시한 상태다. 이번 GTC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것도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루빈과 CPO가 실제 데이터센터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다. 결국 젠슨 황 CEO가 루빈의 양산 일정과 광통신 적용 범위를 얼마나 명확히 제시하느냐에 따라, AI 인프라 투자도 단순한 칩 성능 경쟁을 넘어 네트워크와 첨단 패키징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