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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9 (목)

[조전혁 칼럼] 저고리에 청바지?…이 정부엔 경제학자가 없나

기름값 묶고 5부제 강제…‘엇박자 대책’이 부른 석유 대란 초읽기
표심 쫓는 ‘얼치기 처방’의 비극…시장 무시한 오만이 기름 절벽 부른다

 

 

 

조전혁 칼럼니스트  |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우리 원유의 70%가 지나는 생명줄이 끊긴 초유의 공급 위기다. 민간 정유사의 비축유는 고작 60여일분.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정부 물량을 합쳐도 수출 물량을 고려하면 4~5월 '석유 대란'은 피하기 힘들다고 한다. 국가 경제의 혈관이 경색되기 일보 직전인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고 있노라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이건 정책이 아니라 '역대급 코미디'다.

 

정부는 난데없이 '주유소 최고가격제'를 들고 나왔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데, 국내 가격만 인위적으로 묶어두겠다는 발상이다. 시장의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자원이 부족하니 아껴 쓰라는 가장 강력한 '신호(Signal)'다. 그런데 정부는 이 신호등을 강제로 부수고 "기름값 걱정말고 마음껏 타라"는 가짜 초록불 신호를 켰다.

 

경제원론을 읽어본 학부생 정도의 지식만 있어도 이런 얼치기 처방은 내리지 않는다. 가격을 억누르면 수요는 폭발하고 공급은 증발한다. 정유사는 밑지고 팔 수 없어 물량을 잠그고, 소비자는 위기를 체감하지 못한 채 기름을 펑펑 쓴다. 비축유 고갈 속도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시장기능을 교란한 대가는 결국 '돈이 있어도 기름을 못 구하는' 대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뒤에 붙은 '차량 5부제' 카드다. 한쪽에서는 최고가격제로 소비를 부추기면서 다른 쪽에서는 타지 말라고 몽둥이를 휘두른다. 타라는 말인가, 타지 말라는 말인가? 상의는 한복 저고리를 걸치고 하의는 청바지를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기괴한 패션쇼다. 이 정부에는 도대체 경제학자가 있기는 하나? 공짜로 퍼주고, 강제로 뺏고, 명령하면 시장이 굴복할 것이라 믿는 '얼치기 좌파 이념주의자'들만 득실거리는 것인가? 경제는 명령서로 조종되는 장치가 아니다. 시장의 목을 조르는 정책은 반드시 뒤탈을 낳는다.

 

진정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솔직한 고백이다. "기름이 부족하니 아껴 쓰자, 당분간 고유가를 견뎌내자"고 말하며 시장 가격을 통해 자연스러운 수요 억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표만 의식해 시장 신호를 왜곡하고 주유소를 윽박지르는 단속 행정으로는 결국 임박한 공급절벽이라는 파국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저고리에 청바지'를 입은 엉터리 나랏님들의 정책 조합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무능보다 무서운 것은 시장을 눌러 꺾으려는 오만이다. 그 오만의 대가는 기름 나오지 않는 주유기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국민들의 비참한 모습일 것이다.

 

※ [편집자주]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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