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부가 얼마나 그럴듯한 설명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대책을 발표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훨씬 단순하다. 나라가 더 안전해졌는가. 내 삶이 더 나아졌는가. 내일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는가. 정부의 실력은 결국 그 결과에서 드러난다. 정책에는 선의가 있을 수 있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책은 발표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설계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을 만드는 능력보다 정책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능력이다. ■ 국방, 조직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전력이다 국방은 특히 그렇다. 최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합동성을 강화하고 교육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취지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정책의 성패는 통합 자체에 있지 않다. 통합 이후 더 훌륭한 장교를 길러낼 수 있는가. 육·해·공군의 고유한 전문성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교육의 질은 높아지는가. 무엇보다 실제 전투력은 강해지는가
입추가 지났다.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한낮의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 안심한다. 그러나 안전은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험이 사라진 순간이 아니라,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는 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기후가 달라졌다면 안전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입추가 지났다고 폭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여름은 길어지고 늦더위와 이상고온은 반복되고 있다. 이제 ‘8월이면 더위가 꺾인다’는 과거의 경험만으로 올해의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후가 변했는데 안전관리의 기준이 그대로라면, 우리가 관리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라 관행일 뿐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마라톤, 산악마라톤, 울트라마라톤, 사이클 대회, 걷기대회와 각종 지역축제가 열린다. 문제는 행사가 아니다. 달라진 기후환경에 맞춰 행사의 안전조건도 달라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마라톤은 장시간 달리며 체온이 오른다. 사이클은 장거리 이동과 지속적인 야외 노출이 따른다. 산악마라톤은 경사와 고도, 구조 접근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울트라마라톤은 장시간 운동이라는 위험요인이 추가된다. 종목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다. 사람이 오랜 시간 기상환경에 노출된다는
‘국민의 선택’으로 넘길 수 없는 현직 대통령 연임 ― 헌법 제128조 제2항이 먼저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두고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개헌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은 연임제의 일반적 장단점이 아니라 새 제도를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개헌 논의를 이끌어야 할 국회의장이라면 추상적인 국민주권보다 헌법이 정한 구체적인 한계부터 밝혔어야 한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의장실은 조 의장이 헌법 제128조 제2항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처음부터 헌법의 명확한 원칙에 선을 긋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는지는 여전히 남는 문제다. ■ 헌법은 이미 분명한 선을 그었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권력구조는 바꿀 수 있지만 그 개헌의 혜택을 당시 대통령이 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가진 권력을 이용해 자신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 지형도가 파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파른 출생률 저하로 지방은 물론 수도권 초·중·고등학교까지 연쇄 폐교 위기에 직면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이러한 인구 지형의 역전은 교육 및 복지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학교 공간은 국가 복지 체계에 따라 '노인을 위한 통합 돌봄 배움터'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학교에 출근한 어르신들은 국가 지원을 통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AI 기반 평생교육을 받고, 또래 집단과 소통하며 급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다. 한때 사회를 받치던 주력 세대가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교육·돌봄의 테두리 안에서 삶을 유지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중심지로 학교 시설이 탈바꿈하는 셈이다. ■ AI 에이전트와 무인화 : 방구석으로 쫓겨나는 청년들 노년층이 복지 시스템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젊은 세대는 거대한 일자리 소멸의 파도에 직면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은 이미 스마트 AI 공장과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사무직과 백오피스 영역 역시 사람 대신 스스로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인류는 오랫동안 지식 탐구의 두 축으로 귀납법과 연역법을 꼽아왔다. 전제로부터 필연적 결론을 도출하는 연역법은 '유추와 검증'의 도구로, 개별적인 관찰 사실들로부터 일반적인 법칙을 이끌어내는 귀납법은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창조'의 도구로 여겨졌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하는 연역과, "백조 A, B, C가 하얗다"는 관찰을 모아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귀납의 구도는 오랫동안 불변의 진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이 급격히 발달한 오늘날, AI 분야 철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AI는 연역적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창조(귀납)'를 할 수 없는가?" 이 질문에 대한 최근의 답은 논리학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귀납법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상은 '인간의 지적 한계'가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 인류 역사상 논리학 구조의 패러다임 변화 > 구분 과거 (인간 중심 Traditional 패러다임) 현재 · 미래 (AI 초지능 AI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 및 시사점 귀납법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아침 출근길 건물 문을 들어서는 순간과 저녁 퇴근길 문을 나서는 순간. 현대인은 하루에 최소 두 번, 완전히 다른 규칙이 지배하는 두 개의 세계를 건너다닌다. 직장과 조직이라는 '직선의 세계'는 명확하다. 경로는 짧을수록 좋고, 모든 행동은 효율과 성과, 숫자로 평가받는다. 직선의 세계는 늘 속도와 목표 달성을 향해 가파르게 질주한다. 반면, 건물을 빠져나온 뒤 마주하는 가족·이웃·친구와의 '곡선의 세계'는 다르다. 굳이 특정 지점에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고, 자신의 쓸모나 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관계가 유지된다. 저자는 이 두 세계의 관계를 명쾌하게 정의한다. "직선은 늘 곡선을 이긴다. 한편, 곡선은 직선을 이기지 못하지만, 애초에 직선과 같은 경기장에 올라서지 않는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 두 세계의 규칙을 혼동한다는 점이다. 조직 안에서 감정적·실존적 존재로만 머물려 하거나, 집과 관계의 세계로 돌아와서까지 계산과 평가의 잣대를 대는 순간, 성과와 신뢰를 모두 잃게 된다. 35년간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의 수장으로 살았던 저자는 이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나는 어느 세계의 규칙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묵직한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이 지오크리에이티브,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베이비뉴스와 손잡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아동의 두상교정 치료 지원에 나선다. 초록우산 등 4개 기관은 7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빌딩에서 ‘아동 두상 헬멧 치료 지원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의료 지원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사두증이나 단두증 등 영유아 시기의 두상 변형은 생후 초기 적절한 진단과 교정 치료를 받으면 경과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맞춤형 교정 헬멧 제작과 지속적인 진료에 드는 높은 비용 부담 탓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취약계층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협약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해야 했던 아동들을 돕기 위해 각 분야 전문 기관이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4개 기관은 발굴부터 치료, 사후 관리, 인식 개선에 이르는 역할 분담 체계를 가동한다. 초록우산은 지원 대상 아동 발굴과 사례관리, 치료비 지원 전반을 전담한다. 맞춤형 두상교정 헬멧 전문기업 지오크리에이티브는 정밀 교정 헬멧 제작을 지원하며,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사경사두발달센터)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혼란이 시행 불과 몇 달 만에 현실이 됐다. 공장 신설과 투자, 성과급 배분 등 기업의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뒤늦게 정부에 쟁의 대상의 기준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대통령령과 시행규칙, 행정지침 등을 통해 사회적 분쟁을 줄이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준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혼란이 발생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하고, 입법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법률은 명확해야 한다. 제정 당시부터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특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이라는 문구는 노동쟁의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채 법안을 추진했다. 법 시행에 따른 분쟁 가능성과 산업 현장의 혼란보다 정치적 명분이 앞섰고, 반대 의견을 수렴해 법률 문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은 충분하지 못했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은 형사사법제도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사실관계와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수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사건은 검찰이 옳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기관도 완벽한 수사를 장담할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수사의 빈틈을 메울 안전장치가 존재하느냐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검수완박으로 대표되는 검찰 개혁의 연장선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 검찰 권한을 분산하려는 개혁의 취지는 타당하다. 권력기관은 견제받아야 하며 국민의 기본권은 더욱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까지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제도를 바꾸는 것이 개혁인가, 아니면 국민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인가. 새로운 제도가 기존 제도보다 국민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충분한 검증이 없다면, 그 개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출판 시장에서 ‘치유’와 ‘자기 돌봄(Self-care)’을 키워드로 한 인문 에세이의 열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보건의료 언론계의 대기자 출신 저자가 삶의 고단함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신간을 선보여 독자들과 출판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생을 청진기 소리 너머의 인간사, 그리고 의료 현장의 아픔과 삶을 기록하는 데 바쳐온 황보승남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일간보사·의학신문사 편집국장과 의계신문 편집국장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 보건의료 저널리즘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그는 최근 독서 에세이집 <문장을 읽다, 마음을 쓰다>(도서출판 지누, 200쪽, 1만5000원)를 세상에 내놓았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정책과 현장을 취재하던 냉철한 저널리스트의 펜 끝이, 이제는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온전히 다독이는 가장 따뜻한 ‘인문학적 청진기’로 변모한 셈이다. ■ 8년간 매달 축적한 91편의 기록…폭넓은 독서가 빚어낸 인문 에세이 이번 신간은 개인적 회고나 단발성 감상문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가 지난 2018년부터 월간 <보건소저널>에 '文章으로 읽는 마음 한 줄'이라는 타이틀로 무려 8년여간 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