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검찰이 국내 정유업계를 향해 '담합'의 칼날을 뽑아 들었다.
지난 3월23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와 한국석유협회를 대상으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엄중한 시기에, 정유사들이 시장 혼란을 틈타 기름값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GS칼텍스의 가격 미인하율이 11.67%로 가장 높게 나타나며 수사의 핵심 타깃이 된 모양새다. 과거 2011년 4,300억 원대 과징금 사태가 무죄로 끝났던 '담합 잔혹사'를 끊어내기 위해 검찰은 이번에 더욱 정교한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혐의 입증 시 관련 매출액 기준 '조 단위' 과징금이 거론되자 정유주들은 일제히 5~7%대 급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공포를 반영했다.
■ 2026년 중동발 ‘3차 오일쇼크’의 서막
위기는 지난 2월 말 시작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암살 사건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며 중동 정세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우려가 확산되자, 브렌트유 가격은 단 몇 주 만에 배럴당 119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국내 유가 역시 즉각 반응했다. 2월26일 리터당 1,692원이었던 휘발유 평균가는 불과 일주일 만에 1,834원까지 폭등했다. 정부가 긴급하게 ‘석유 최고가격제’를 고시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 상한선을 설정해 그 이상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가격 규제 정책이다. 주로 물가 급등이나 시장 왜곡 우려가 클 때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되며, 정유·에너지 분야에서는 휘발유·경유 등 유류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다만 가격 통제에 따른 공급 위축이나 시장 왜곡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 최고가격제 비웃는 ‘미인하’ 주유소들
검찰이 주목하는 지점은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인 일부 정유사의 행태다. 지난 3월12일 최고가격제 고시 이후 전국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79.2원 인하됐으나 정유사별 온도 차는 뚜렷하다.
조사 결과, GS칼텍스의 가격 미인하 주유소 비율은 11.67%로 가장 높았으며, HD현대오일뱅크(8.86%), SK에너지(8.0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에쓰오일(4.43%)은 상대적으로 낮은 미인하율을 보였다. 검찰은 정유사들이 사전에 협의해 유류 가격을 임의로 유지하거나 동결했는지 여부를 파헤칠 방침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담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당시 공정위는 정유 4사에 4,3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2015년 대법원에서 전부 취소 판결이 났다. 자진신고(리니언시)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가격 유사성만으로는 담합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2007년 군납유류 담합'은 국방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5개 정유사가 연대하여 약 810억원(지연손해금 포함 1,96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는 국가 예산을 낭비한 '입찰 담합'에 대한 엄중한 잣대가 적용된 사례다.
이번 수사가 과거와 다른 점은 ‘이란 전쟁’이라는 비상시국과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결합되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묵시적 담합을 넘어 전쟁 특수를 노린 조직적 공모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압수수색 칼바람에 정유주 ‘털썩’…주가 가를 변수
수사 소식이 전해지며 정유주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혐의 입증시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조'단위 과징금은 수익성에 치명타다. 특히 지주사 수익 비중이 높고 미인하율이 높은 GS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며,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사업 실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과징금 리스크는 뼈아픈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란 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고유가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오피넷으로 최저가 주유소를 찾고, 연비를 관리하고 불합리한 가격 인상을 발견할 경우 공정위(1588-5890)에 적극 신고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