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전영진 기자 |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전년과 동일한 69%로 묶어두는 고육책을 내놨으나,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지표를 완전히 압도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8.67%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며, 2007년(22.7%)과 2021년(19.05%)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고점을 찍었다. 특히 강남 3구와 성동, 마포 등 이른바 ‘상급지’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20~30%대 수직 상승함에 따라 고가 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들의 세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 '시세'가 견인한 공시가… 서울, 전국 평균 두 배 상회
국토교통부가 3월17일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약 1,585만호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9.16%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상승률(3.65%)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로, 자산 가치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다.
전국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지역별 극심한 온도 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은 18.6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평균치를 압도했다. 이어 경기(6.38%), 세종(6.29%), 울산(5.22%) 등이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서울의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인천(-0.1%), 대전(-1.12%), 광주(-1.25%) 등 일부 광역시는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내며, 부동산 시장의 ‘서울 집중화’와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공시가격을 통해 재확인됐다.
■ '현실화율 69%' 방어선 무너뜨린 서울 집값 폭등
올해 공시가격 급등은 정부의 산정 방식 변경이 아닌 순수한 ‘시장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98% 오르며 2006년(23.46%) 이후 2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69%로 동결하며 세 부담 완화 의지를 보였음에도, 분모가 되는 시세 자체가 워낙 가파르게 오른 탓에 ‘공시가 폭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내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한강벨트'와 '강남권'의 상승세가 독보적이다. 성동구는 29.04% 오르며 서울 내 상승률 1위를 차지했고, 강남구(26.05%), 송파구(25.49%), 양천구(24.0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성북구(7.52%), 은평구(4.43%), 노원구(4.36%) 등 서울 외곽 지역은 한 자릿수 상승에 머물며 자치구 간에도 상승 폭이 6배 이상 벌어지는 격차를 보였다.
◇ 주요 자치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 자치구 | 변동률(%) | 주요 특징 |
| 성동구 | 29.04 | 서울 내 최고 상승률, 한강변 신축 강세 |
| 강남구 | 26.05 |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및 고가 단지 주도 |
| 송파구 | 25.49 | 잠실동 대단지 및 문정동 일대 시세 반영 |
| 양천구 | 24.08 | 목동 재건축 단지 기대감 및 학군 수요 |
| 마포구 | 22.15 | 아현·공덕동 등 주요 직주근접 단지 상승 |
| 노원구 | 4.36 | 중저가 단지 밀집 지역, 상대적 저평가 |
■ 1주택자도 예외 없는 '보유세 폭탄'…종부세 대상 가구 48만 돌파
공시가격 상승은 곧바로 세금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계단식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실제 납세자가 체감하는 세금 증가 폭은 훨씬 가파르다. 올해 1가구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공시가격 12억원 초과)은 전국 48만736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1만7998가구 대비 무려 53.2%가 급증한 규모로, 중산층 상당수가 종부세 사정권에 새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국토부의 보유세 모의계산에 따르면 주요 단지들의 세 부담 증가율은 50%를 상회한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전용 111㎡)'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34억3600만원에서 올해 47억2600만원으로 36% 뛰면서, 보유세는 1858만원에서 2919만원으로 57.1% 폭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전용 84㎡)' 역시 보유세가 전년 대비 1000만원 이상 늘어난 2855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강북 지역의 주요 신축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보유세가 지난해 289만원에서 올해 439만원으로 52.1% 증가하며,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전용 84㎡)' 역시 54.6% 급증한 475만원의 고지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 67개 행정 지표 연쇄 파장… 4월 30일 최종 확정
공시가격은 단순히 부동산 세금에만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수급 자격, 재난지원금 대상 선정 등 총 67개 복지 및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번 공시가 급등은 은퇴 고령층의 건보료 부담 가중이나 복지 수급 탈락 등 광범위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나, 급격한 세 부담 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4월 6일까지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접수된 이의신청 건을 검토한 뒤 4월 30일 최종 결정·공시할 예정이다. 이후 5월에도 추가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6월 26일 조정 공시를 마친다. 주택 소유자들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홈페이지나 시·군·구청 민원실을 통해 자신의 주택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