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이준호 기자 | 정부가 5년 전 야심차게 내놓았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을 다시 꺼냈다. 판을 새로 짜는 수준이다. 2021년 도입 이후 속도를 내지 못했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다시 가동키로 하고 서울 노후 도심을 대상으로 신규 후보지 공모를 재개하는 한편 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 개선책도 병행한다.
3월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1일부터 5월 8일까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 공모를 실시한다. 공모 대상은 서울이며 최종 후보지는 사업성 분석과 지자체 협의 등을 거쳐 6월 중 선정할 예정이다. 서울 외 지역은 하반기에 추가 공모를 진행한다. 후보지 공모는 2023년 이후 3년 만이지만 정책 도입 시점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5년 만에 사업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 '0건의 착공'이 남긴 뼈아픈 교훈
도심복합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공급 절벽을 해결할 도심주택 공급 '특효약'으로 등장했다. 민간 정비사업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사업을 주도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용적률을 높이는 한편 조합 설립이나 관리처분 등 일부 절차를 확 줄여 민간 정비사업보다 사업 속도를 높이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2021년부터 2023년 동안 후보지 49곳(8만7,000가구) 중 착공에 들어간 곳은 단 하나도 없다. 현재까지 29곳(4만8,000가구)이 복합지구로 지정돼 이중 9곳(1만3,000가구)만 사업 승인이 이뤄진 상태다.
이유는 뭘까. 정부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었기 때문으로 꼽힌다. 주민 동의 없는 후보지 지정은 갈등만 키웠고, LH의 비대해진 업무량은 속도 저하를 불렀다. 국토부 역시 "초기에 법 제정, 후보지 발굴이 동시 진행되면서 시행착오가 있었고 LH가 다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 "하고 싶은 곳만 모여"... 판 바뀐 공모 방식
공공 주도의 한계를 인정한 정부는 이번에 `주민 직접 제안'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공모의 가장 큰 변화다. 기존에는 자치구가 추천하면 정부가 검토했다. 이제부터는 주민이 직접 신청서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주민들의 개발 의지가 확실한 지를 보고 우선 순위를 주겠다는 취지다.
국토부에 따르면 노후도·면적 등 사업 유형별 지정 기준을 충족한 지역 주민은 신청 서류를 해당 자치구에 제출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자치구는 주민 참여 의향률과 주변 개발 여건 등을 검토한 뒤 후보지를 국토부에 추천하게 된다. 국토부는 이후 후보지를 대상으로 사업성 분석을 거쳐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종 선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용적률 1.4배라는 당근
사업성 개선을 위한 제도 역시 정비한다. 정부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4배' 라는 파격적인 카드도 꺼냈다. 용적률까지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이달 중 추진하고 제도 일몰 규정 폐지도 추진한다.
추가 인센티브로 발생하는 이익은 기존 토지 소유자에게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축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데 활용된다. 다만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공공 정비사업 현장은 용적률 상향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 용적률을 적용하려면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이 저층 주거지 중심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증가 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평 국토부 주택공급정책관은 “재개발·재건축의 순증 물량이 통상 30% 수준인데 저층 주거지는 30~50% 정도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도심복합사업으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5만 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패의 관건은 역시 첫 삽이 될 전망이다. 첫 사업지가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되느냐가 서울 신규 후보지들의 가늠자가 될 것이기 때문. 올해는 후보지 발표 이후 5년 만에 인천 제물포역 인근 사업지(3,497가구)가 첫 착공에 들어간다. 이어 도봉구 방학역·쌍문역 동측 사업 등이 이어서 착공될 예정이다.
공급 절벽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공공 주도라는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던진 이 승부수가 시장의 불신을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