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창업자 권혁빈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를 둘러싼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 가치만 8조원에 달하는 국내 유수의 자산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배구조가 '비상장 지주사 100% 보유'라는 극단적인 1인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되는 모양새다.
권 CVO의 자산 대부분은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에 묶여 있다. 법원이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수조 원대의 재산 분할을 명령할 경우, 권 CVO는 사상 초유의 현금 조달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상장사라면 주식 담보 대출이나 지분 일부 매각이 비교적 수월하겠지만, 비상장사는 가치 평가와 담보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라 자금 마련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 "공동 창업인가 가사 내조인가"…8조원대 재산 분할 두고 '3월 끝장 승부' 예고
권혁빈 CVO와 배우자 이 모 씨 사이의 이혼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22년 11월 이 씨가 이혼을 청구하며 시작됐다. 권 CVO는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기각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 씨 측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권 CVO에게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재산 형성 기여도'다. 이 씨 측은 2002년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자본금을 공동 부담했으며, 초기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를 역임한 점을 들어 사실상의 '공동 창업자' 지위를 주장한다. 반면 권 CVO 측은 배우자의 등기이사 등재는 형식적이었으며 실제 경영에 기여한 바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사건은 2026년 들어 분수령을 맞았다. 지난 1월28일 열린 2차 변론에는 이 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며 소송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가장 큰 화두는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기업 가치 산정이다. 법원 감정 결과에 따르면 자산 가치는 최소 4.9조 원에서 최대 8조 원 이상으로 편차가 큰 상황이다.
양측은 이 감정가액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오는 3월 다시 한번 법정 공방을 벌인다. 재판부가 이 씨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에 따라 수조 원대의 현금이 움직이거나, 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가 통째로 재편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 국내 주요 재산분할 소송 및 지배구조 리스크 >
| 구분 |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진행중) | SK그룹 최태원 (2심 판결) | 호텔신라 이부진 (종결) |
| 핵심 자산 |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비상장) | SK(주) (상장 지주사) | 삼성전자 등 상장 주식 |
| 분할 청구액 | 약 4조 원 이상 (지분 50%) | 약 1.38조 원 (현금) | 약 1.2조 원 (청구) |
| 최종 판결/진행 | 진행 중 (2026년 상반기 1심) | 1.38조 원 현금 지급 (상고중) | 141억 원 현금 지급 |
| 기여도 쟁점 | 공동 창업자 지위 여부 | 정치적 배경 및 내조의 유무 | 결혼 전 취득 자산 여부 |
| 지배구조 리스크 | 1인 지배 체제 붕괴 위기 | 지분 매각 및 경영권 방어 | 리스크 낮음 (상속 자산 인정) |
| 자금 조달 방식 | IPO, 프리IPO, 지분 매각 등 | 주식 담보 대출 및 배당 확대 | 보유 현금 및 대출 |
■ IPO는 '먼 나라 이야기'…프리IPO와 경영권 간섭의 딜레마
업계와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수조원대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마일게이트홀딩스나 핵심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를 유력한 해결책으로 꼽는다. 상장을 통해 구주 매출(대주주 지분 매각)을 일으키거나 주식의 공정 가치를 확인받아 담보 대출을 받는 것이 정석적인 자금 조달 경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혹한 자본시장의 논리와 현재의 소송 국면을 따져보면, IPO는 현실적으로 '가장 녹록지 않은 선택'에 가깝다. IPO는 최소 수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현재 게임 업황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시선이 걸림돌이다. 결국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나 재무적 투자자(FI) 유치가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이는 권 CVO가 창사 이래 고수해 온 '무(無) 외부 자본' 원칙을 깨트려야 함을 의미한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거액을 투자하는 FI들은 반드시 이사회 의석이나 경영 참여권을 요구할 것"이라며 "권 CVO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과 경영권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 연 영업이익 6천억 '현금 화수분'…포기할 수 없는 알짜 지배력
자본시장이 이번 소송에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스마일게이트의 압도적인 현황과 수익성에 있다. 2024년 말 연결 기준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연간 매출액 약 1조4000억 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을 상회하는 견고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영업이익률만 40%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국내 게임업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특히 전 세계 10억 명의 누적 회원을 보유한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만 매년 수천억 원의 로열티 수익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로스트아크’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재무 건전성 또한 비현실적이다. 부채 비율은 극도로 낮고, 사내보유금 등 이익잉여금은 조 단위에 육박한다. 권 CVO가 지분 100%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막대한 현금 창출력 덕분에 외부 투자가 전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이혼 소송은 이 ‘철옹성’ 같던 지배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며, 매년 수천억 원의 배당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분산시킬 위협이 되고 있다.
<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요 재무 및 사업 현황 (추정치) >
| 항목 | 주요 내용 및 수치 | 자본시장 평가 |
| 연간 영업이익 | 약 6,000억 원 이상 | 국내 게임사 중 최고 수준 영업이익률(40%↑) |
| 핵심 IP |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 전 세계 누적 매출 수조 원대 '글로벌 메가 히트작' |
| 지배구조 | 권혁빈 CVO 지분 100% | 외부 간섭 없는 독점적 의사결정 체제 |
| 현금성 자산 | 조 단위 이익잉여금 보유 | 무부채에 가까운 재무 건전성 및 현금 창출력 |
| 해외 매출 비중 | 전체 매출의 약 80% 이상 | 외화 벌이의 주역이나 지분 매각 시 국부 유출 리스크 |
■ 중국 텐센트의 등판 가능성…'국부 유출' 논란의 서막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중국 거대 자본인 텐센트의 유입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효자' IP인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는 누구보다 스마일게이트의 수익성을 잘 알고 있는 '잠재적 매수자'다.
만약 재산 분할 과정에서 지분 일부가 매각되거나, 분할 받은 배우자가 지분을 텐센트에 넘길 경우 대한민국 대표 게임사의 수익이 배당금 형태로 중국으로 흘러 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로스트아크' 등 핵심 IP에 대한 통제권 상실이라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승자의 저주' 우려…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
만약 법원이 현금이 아닌 주식 분할을 결정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배우자가 40~5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2대 주주로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는 물론 실질적인 경영 간섭이 가능해진다. 100% 1인 지배 체제였던 스마일게이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내부 분열에 휩싸이며 의사결정 구조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상장사였다면 시가총액이 10조~15조 원을 상회했을 초우량 기업이다. 권 CVO 입장에서는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고(지분 매각 없이) 소송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