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사상 초유의 ‘코스피 5000’ 시대를 열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월3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앤 비욘드(and Beyond)' 세미나의 열기는 뜨거웠다. 단순한 지수 돌파의 기쁨을 넘어, 이 성과를 어떻게 ‘구조적 안착’으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의 절박한 고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승세를 단순한 유동성 장세로 치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혁명이 불러온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의지가 맞물린 ‘대전환의 서막’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 "반도체 사이클 2028년까지 지속"…AI가 쏘아 올린 장기 호황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지수 상승의 일등 공신으로 반도체를 꼽았다. 그는 “반도체 중심의 이익 성장세,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조 센터장은 현재의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과거의 반도체 시장이 단순한 수급 사이클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AI라는 거대한 파괴적 혁신이 수요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넘어 비디오를 생성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의 확산은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갈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는 “AI 기술은 이제 혁신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 단계로 진입하는 초입에 있다”며, **“2028년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시장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코스피의 이익 체력이 향후 수년간 견고하게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
■ 부동산에 묶인 國富,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절실한 이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 돌파를 한국 경제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부동산 쏠림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센터장은 “부동산에 국부가 묶여서는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며, “주식이라는 대안이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으면 부동산에 편중된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흐르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물 자산보다 금융 자산의 비중이 높아질 때 국부의 유동성이 살아나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 이익이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해진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혔다.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가 상승의 온기가 서민 경제까지 퍼지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증식 기회가 전 국민에게 열려야 한다는 취지다.
■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조…‘주주가치’와 ‘공적 가치’의 균형
흥미로운 대목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비교였다.
김 센터장은 애플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에는 탁월하지만, 실질적인 설비투자와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력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더 높은 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잣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누르는 요소(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는 시각이다.
■ 거버넌스 개선 시 ‘코스피 8000’까지 가는 시간 대폭 단축
두 센터장은 코스피 5000 안착을 위해 △자본 효율성 향상 △지배구조(거버넌스)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만 글로벌 장기 자금이 안심하고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으로, 다시 2000에서 4000으로 가는 데 각각 18년씩 걸렸다”며, “하지만 거버넌스 개선이 본격화된다면 4000에서 8000으로 가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단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