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블록체인·가상자산 생태계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편하며 글로벌 웹3 중심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 12월 3~4일(현지시간)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BBW) 2025’에서 오마르 술탄 알 올라마 UAE AI·디지털경제 국무장관은 “UAE는 사막 위에 미래를 그려온 스타트업 국가”라며 “블록체인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관의 발언은 두바이가 2025년을 기점으로 블록체인을 산업 인프라로 삼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바이는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은 내년부터 비트코인과 주요 가상자산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명확한 정책 방향과 규제 체계 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바이는 단순히 규제를 풀거나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명확한 규범·명확한 룰’을 제시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두바이의 관계는 연방국가와 그 구성국(에미리트)의 관계로 규정된다. UAE는 7개 에미리트(아부다비·두바이·샤르자·아즈만·움 알 콰이완·푸자이라·라스 알 카이마)로 구성된 연방국가이며, 두바이는 이 가운데 경제적·산업적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도시다. 수도는 아부다비이지만, 국제 금융·물류·관광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동은 대부분 두바이에 집중돼 있다.
UAE가 주목한 미래 산업은 ‘디지털 경제’이며, 그 핵심 인프라가 블록체인이다. 두바이는 이미 행정문서·자격증명·허가증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 중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행정 효율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두바이는 2026년까지 현금 사용 비중을 90% 이상 축소하는 ‘탈현금 국가’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두바이 재무부는 크립토닷컴과 손잡고 정부 수수료를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민들은 수도·전기요금은 물론 각종 벌금까지 가상자산 기반 결제로 납부할 수 있다. 결제된 자산은 즉시 디르함으로 전환돼 재무부 계정으로 들어간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월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VARA)과 두바이 토지부는 가상자산 기반 부동산 거래를 위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거래 문서는 디르함 기준으로 작성하고, 투자자는 KYC·출처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가상자산을 활용한 부동산 매입이 제도권 안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는 싱가포르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2024~2025년 두바이에 법인을 확대하며 결제 및 웹3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바이낸스카드 등 가상자산 기반 선불·결제 서비스는 UAE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UAE 전체 디지털 월렛·선불카드 시장은 2020~2024년 연평균 18% 성장했다.
바이낸스는 2017년 설립된 이후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디지털자산 플랫폼이다. 현물·파생상품 거래를 비롯해 스테이킹, 지갑, 결제 서비스 등 종합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해왔으며, 최근에는 규제 친화적 환경을 갖춘 두바이를 거점으로 삼아 웹3 및 결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BBW) 2025’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2019년부터 개최해 온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로, 웹3·디지털자산·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를 논의하는 대표 행사다. 2025년 행사는 UAE 두바이 코카콜라아레나에서 이틀간 진행됐으며, 각국 정부 관계자·글로벌 기업·개발자·투자자 등이 참석해 규제 방향, 디지털 결제 혁신,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산업 전환 등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두바이가 추진 중인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체계, 공공서비스 디지털화, 블록체인 결제 모델이 집중 조명됐으며, 이번 행사는 중동이 세계 웹3 허브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로 평가된다.
특히 두바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일종인 ‘디지털 디르함’을 올해 선보이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술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2025년 현재, 디지털 디르함은 아부다비 택시에 적용돼 QR코드 스캔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아직 거주자 중심이지만, 앞으로 관광객 대상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이 같은 두바이의 움직임은 2017년 한국이 ‘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정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글로벌 웹3 기업들은 규제 명확성과 산업 지원이 결합된 두바이로 몰리고 있다. 'BBW 2025'에는 자오창펑(CZ) 바이낸스 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 의장, 톰 리 비트마인 의장 등 업계 핵심 인물들이 총집결해 두바이가 새로운 글로벌 웹3 수도임을 방증했다.
웹3(Web3)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소유권과 통제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차세대 인터넷 구조를 의미한다. 중앙화된 플랫폼 중심의 웹2와 달리 분산 네트워크와 스마트콘트랙트를 통해 투명한 거래와 탈중앙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으로, 가상자산·NFT·탈중앙금융(DeFi) 등 신흥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두바이는 명확한 규제, 기업 친화적 정책, 정부 주도 디지털 전환 전략을 결합해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 공백과 정책 혼선 속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어, 두바이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