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임원 보수 체계에 주주 통제권을 부여하고 성과급 환수제(클로백·Clawback)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벨기에 부동산 펀드 등 최근 잇따른 투자자 손실 사태가 ‘단기 성과주의’와 부실한 책임경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진단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통한 ‘이중 견제 장치’ 구축 시도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내세웠지만 금융권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임원 보수 주주가 직접 견제
금융위원회는 10일,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다. 이는 금융사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로, 이미 미국·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주요 임원 급여안을 3년마다 주주총회에서 표결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주주 반대 의결 시 경영진 보수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이 제도를 통해 금융사 경영진의 보수·성과급 책정 과정을 주주가 직접 감시하는 구조가 형성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기 실적 중심 보상구조를 개혁해 책임경영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 성과급 환수제(Clawback)도 법제화…‘1조원 중 환수 9천만원’ 현실 개선
당국은 세이온페이에 이어 성과급 환수제(클로백) 도입도 병행한다. 현재 일부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성과급 이연·환수 규정을 두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이 2023년 지급한 성과급은 총 1조 원 규모였지만 이 중 실제 환수된 금액은 9천만 원에 불과했다. 성과급 환수제의 법제화가 이뤄지면, 경영 부실이나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임직원의 과거 성과급까지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재발 방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한다”고 밝혔다.
■ 금융권 “규제 과잉”…경영 자율성 위축·법적 분쟁 우려
반면 금융권은 이번 조치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통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것은 법적 분쟁 소지가 크고, 주주와 경영진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최근 KPI(핵심성과지표) 개편, 펀드·ELS 불완전판매 배상 재조정 등 소비자 보호 중심의 규제정책을 연달아 추진하면서 금융권 내부에서는 “혁신보다 규제가 우선되는 정책 기조”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