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고은정 기자 | 지난주 미국 증시를 뒤흔든 '트럼프 리스크'가 이번 주 한국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 재발 우려가 고조되고, 이는 곧장 한국 주식 시장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뉴욕발 충격파, 한국 증시를 덮치다
지난 11일(현지시간 10일), 뉴욕 증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대한 보복으로 '100% 관세'까지 언급하며 미중 갈등의 불을 다시 지피자, 다우존스와 S&P 500은 물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3% 넘게 폭락하며 '검은 금요일'을 기록했다.
이러한 충격파는 곧바로 한국 증시에 전해져, 오늘(13일) 개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 미중 양국과의 교역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미중 무역 분쟁의 '새우 등'으로 피해를 입었던 학습 효과가 남아있어 이번 사태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 매도'와 '환율 급등' 이중고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매도하고 안전 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이러한 위험 회피 심리를 극대화하여 한국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주가 하락을 넘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져 다시금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은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넘어, 한국산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까지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물론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공급망 재편' 속 생존 전략 모색해야
다만, 일부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경우, 일부 품목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과거 미중 무역 분쟁 당시에도 일부 소재·부품 산업에서는 이러한 반사 수혜가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며, 전체적인 시장 침체와 불확실성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에 맞춰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가격 경쟁력 대신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트럼프발 관세 정책은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선 지정학적 리스크의 문제다. 시장의 단기적인 출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복합적인 위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