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 유가의 급등이다. 배럴당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간신히 잡아놓았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현재 시장의 공포가 향하는 종착역은 결국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이곳이 봉쇄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상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배럴당 $80~$90 수준인 유가는 이란의 검문 강화 등 '부분 봉쇄'만으로도 즉각 $12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이란 전면전으로 번져 '전면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는 $150 위로 치솟으며 글로벌 경제 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재점화를 의미하며, 연준(Fed)의 '피벗(금리 인하)' 카드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한국투자증권 최보원 연구원은 3월9일 "유가 상승과 물가 반등 부담이 확산되면서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시장이 그토록 기다려온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전쟁이라는 변수에 가로막혀 기약 없이 밀려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월 중순 예정된 주요국 중앙은행 회의는 이제 '완화'가 아닌 '긴축 유지'를 고민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 호르무즈 해협 분쟁 시나리오별 전망 >
| 시나리오 | 유가 전망(WTI) | 금융시장 영향 | 금리 인하(피벗) 전망 |
| 현상 유지 | $80 ~ $90 | 박스권 횡보, 관망세 | 2026년 하반기 기대 |
| 부분 봉쇄 | $100 ~ $120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무기한 지연 |
| 전면 봉쇄 | $150 이상 | 글로벌 경제 공항 위기 | 추가 금리 인상 검토 |
■ 미국 지수의 굴욕, 아시아의 착시…‘반발 매수’에 숨은 덫
최 연구원은 이번 주를 "물가와 국채 금리에 대한 경계가 극에 달할 시기"로 정의했다. 주목할 점은 세계 증시의 대장주인 미국 지수의 단기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전쟁의 직접적인 타격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저가 매수세의 유입으로 일시적 반등을 보일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기술적 반등'에 불과한 착시 현상으로 본다.
특히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은 하방 압력을 견뎌내기 어려운 구조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 경제의 공급망 붕괴와 맞물려 글로벌 증시는 하락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터널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 “저점이라 믿고 샀는데…” 공격적 비중 확대는 ‘자살 행위’
시장 일각에서는 주가가 충분히 빠졌다는 '바닥론'을 근거로 저가 매수를 권유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은 훨씬 보수적이다. 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의 주가는 바닥이 아닌 '지하층'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원유와 금리 등락 부담이 적고, 분쟁 이후에도 실질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차트의 기술적 반등을 쫓기보다, 전운이 가시지 않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확실한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산 및 배당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다는 것이다.
■ 방산·배당·금융…안전벨트 채워야 할 ‘3대 방어 기지’
전쟁과 고금리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역설적으로 '분쟁의 수혜'를 입거나 '확실한 현금'을 주는 자산이다.
글로벌 방산 ETF는 전 세계적인 군비 확장과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실적 개선이 보장된 분야다. 미국 대표 배당 ETF는 주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배당 수익은 투자자의 심리적 지지선이 된다. 글로벌 금융 ETF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고금리가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은행 및 금융주의 수익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 ‘K-방산’의 역설적 질주…글로벌 ETF 수익률 압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험 자산을 집어삼키는 와중에도 방산 섹터는 '전쟁의 역설'을 보여주며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방산주의 탄력성이다. 록히드마틴 등 미 대형주 중심의 글로벌 방산 ETF(ITA)가 연초 대비 12.4% 상승하는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주요 방산주는 18%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표준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K-방산이 단순히 지정학적 테마에 그치지 않고, 폴란드와 중동 등 실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한 '실적 기반의 헤지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다만, 유가 폭등이 전 산업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방산주 역시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투자자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 방산 섹터 주요 종목·ETF 수익률 (연초 대비) >
| 종목/ETF 명 | 구분 | 연초 대비 수익률 | 핵심 투자 포인트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국내 주식 | +18.7% | 글로벌 수주 잔고 및 수출 모멘텀 |
| LIG넥스원 / 로템 | 국내 주식 | +16.2% | 지대공 미사일 및 전차 수요 급증 |
| PPA (Invesco ETF) | 글로벌 ETF | +14.1% | 美 방산 부품사 포함, 공급망 수혜 |
| ITA (iShares ETF) | 글로벌 ETF | +12.4% | 록히드마틴 등 美 대형 방산주 중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