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현장 투입을 두고 노사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노동력 대체'를 우려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신기술 도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 현대차 노조 "아틀라스는 노동자에게 재앙"…로봇 파운드리 모델 경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1월 22일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양산 및 현장 투입 계획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3만 대를 양산하여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 계획의 이면에 현대차가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대량으로 생산하는 '로봇 파운드리(위탁 생산)'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는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거물 TSMC를 언급하며 "로봇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현대차가 대량으로 양산해 주는 역할을 맡으려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는 현대차가 로봇 제조 분야에서 압도적인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연봉 1억 노동자 vs 무한 가동 로봇"…고용 및 인건비 갈등 본격화
노조가 아틀라스 도입을 강력히 저지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바로 '고용 불안'이다. 아틀라스와 같은 고성능 휴머노이드가 공정에 투입되고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게 되면, 기존 생산직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노조는 인건비 비교를 통해 자본의 속성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평균 연봉 1억원을 기준으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려면 3교대로 3명이 필요해 총 3억원의 인건비가 들지만, 로봇은 초기 구입비 이후 유지비만 발생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자본가에게 아주 좋은 명분이 된다"고 주장했다. 즉, 인공지능 로봇 투입이 가시화되는 것은 곧 노동자의 퇴출을 의미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 해외 물량 이전 및 주가 급등…복잡해지는 노사 함수
노조의 화살은 비단 로봇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HMGMA(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으로의 생산 물량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노조는 HMGMA가 2028년 50만 대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며,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의 물량도 해외로 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아틀라스와 로봇 사업이 주목받으며 현대차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노조의 반응이다. 노조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대차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AI 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현 상황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기업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그 상승의 동력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기술에서 나온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는 뜻이다.
■ 신기술과 노동의 공존, 현대차의 최대 숙제
현대차는 현재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전동화 전환(SDV)과 로보틱스 기술 확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선택지다. 하지만 생산 현장의 주체인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로봇이라도 '철 구조물'에 불과할 수 있다.
노조는 "신기술 도입은 반드시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사측은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로봇 투입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아틀라스가 현대차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지, 아니면 노사 갈등의 '기폭제'가 될지는 향후 진행될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현대차의 로봇 파운드리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노동자와의 '사회적 합의'라는 고도의 정치적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