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난주 외환시장은 그야말로 '원화의 역습'이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중 독보적인 상승 폭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절상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변화가 맞물리며 과열됐던 환율 상승 심리에 급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 주요국 통화 중 독보적 강세... “정책의 승리인가”
12월2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지난 한 주(22~26일) 동안 달러 대비 2.6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엔화(0.32%), 위안화(0.38%), 유로화(0.17%) 등 주요 통화들이 소폭 절상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원화의 강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원화 홀로 강세’의 배경에는 외환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있었다. 지난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전례 없는 강도의 공동 메시지를 던졌다.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는 당국 추정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달러-원 환율을 장중 1,429.50원까지 끌어내렸다.
■ 국민연금의 귀환과 파격적 세제 혜택
이번 환율 하락의 ‘신 스틸러’는 국민연금이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원화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해외 투자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기만 하던 거대 자금이 달러를 파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시장의 수급 균형이 급격히 개선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도 심리적 지지대 역할을 했다. 당국은 해외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률 100% 상향해 해외에 쌓인 달러의 국내 유입을 유도했다. 개인투자자 환헤지 세제 혜택으로 해외 주식 투자자의 달러 매수 수요를 억제했다. 개인용 선물환 매도 상품 도입으로 민간 차원의 외환 수급 조절 기능을 강화했다.
■ “단기 하락 우세하나 구조적 상방 압력 여전”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400원대 초중반에서 하향 안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2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펀더멘털 측면의 지지력도 확보된 상태다.
다만, 이번 세제 혜택 등이 환율의 장기적 추세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고환율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2026년 상반기 중 1,300원대 진입 시도가 있겠지만, 이미 높아진 환율 상단은 언제든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구조적인 자금 유출을 막고 원화 가치를 근본적으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와 성장 잠재력 확충이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