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30년 만의 메모리 슈퍼호황’에 진입한 SK하이닉스가 분기마다 실적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향후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회사가 고정배당금 외에 2025~2027년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의 절반을 추가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FCF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산술적으로는 수십조원대 환원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부담을 고려할 때 실제 환원 규모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1월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2025~2027년 FCF를 약 110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올해 FCF를 20조원, 내년 33조원, 2027년 63조원으로 예측하며 3년 누적 FCF가 11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110조원)과 BNK투자증권(113조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예상치는 기관마다 차이를 보였다. 교보증권은 최대 146조원을 제시한 반면, 흥국증권은 보수적으로 87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AI 시장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CAPEX)를 제외한 금액으로, 인수·합병(M&A), 주주환원, 채무상환 등 다양한 재무 전략 수행에 활용되는 핵심 지표다.
시장 참여자들이 FCF에 주목하는 이유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서 FCF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해당 기간 주당 1,500원의 고정배당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재무건전성 목표를 달성할 경우 3년 누적 FCF의 50% 범위 내에서 2028년 이후 추가 환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의미한 수준의 FCF가 발생하면 조기 환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주환원 여력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순현금 전환에 성공해 현금성 자산이 차입금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책에 따라 SK하이닉스가 2025~2027년 지급할 연간 고정배당금 규모는 약 1조원이며, 2022~2024년 평균 배당금도 1조원 남짓이다. 자기주식 매입은 2018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증권사 전망대로 FCF가 100조원에 이르면 SK하이닉스는 이론적으로 최대 50조원까지 주주환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수년간의 환원 규모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증가다. 그러나 실제로 최대 한도를 채워 환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메모리 시장 대응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내부 유보 필요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또한 ‘FCF 50% 범위 내’라는 조건 자체도 운신의 폭을 넓히는 장치로 해석된다.
또한 최근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자기자본비용(COE)을 크게 상회하는 점도 변수다. KB증권에 따르면 향후 3년간 SK하이닉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9.1%로 전망되는데, 이는 추정 COE(12.4%)의 3배 수준이다. 재무이론상 ROE가 COE보다 높을 경우 투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더 유리하다.

회사 측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당사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고려할 때 재원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환원정책 시행 1년 차인 현재 시점에서 추가 환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나,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