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사회, 공공분쟁의 현장을 가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카페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 택배기사의 분류작업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 같은 경기도민 사이에서 북부와 남부가 갈라서야 하느냐 등등. 일상과 맞닿은 사안에서 국가적 의제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크고 작게 우리 삶의 전면에 등장한다.
공공분쟁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다. 정책, 자원, 가치관이 얽히며 집단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갈등은 피로감과 불신을 낳기도 하지만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를 촉진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여섯 가지 공공분쟁―환경, 노동, 지역, 계층, 교육, 이념분쟁을 살펴본다. 각 분쟁의 배경과 쟁점, 그리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1편 환경분쟁
“작은 불편이 큰 변화를 만든다.”
일회용컵 반납과 플라스틱 사용 금지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지금, 환경을 둘러싼 공익과 사익의 충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플라스틱 빨대에서 다회용컵까지: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 지구를 지킬 것인가〉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 아이스아메리카노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두 세번 마시고 나면 흐느적거리는 종이 빨대는 도무지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바로 옆 카페를 이용하게 됐는데, 그곳은 빨대는 아예 없었고 심지어 다회용컵에 담아주었다. 무려 300원을 더 내고 음료를 받은 후 다시 반납하면 환급해준다고 했다.
경기도는 지난 2023년부터 청사 내 1회용품 사용 및 반입을 금지했다. 올해는 도청과 북부청사 내 입점 카페에 1회용컵 21만 2,760개를 자체 제작한 다회용컵으로 대체됐다. 청사 뿐만 아니라 주변 카페 8개소에서 다회용컵을 도입했으며, 청사 내 배달음식 주문 시 1회용기 반입을 전면 금지해 배달음식점 90개소가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정책의 취지는 분명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한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1,193만 톤으로, 2017년 대비 약 49.5% 증가했다. 1인당 1회용 컵 소비도 2017년 65개에서 2020년 102개로 약 57% 늘어났다. 이처럼 생활계 플라스틱 사용은 매년 증가 추세다. 재활용률은 전체 폐기물의 약 27% 수준에 불과하다(그린피스'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 2023).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2023년 설문에서 국민 83% 이상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66.4%는 카페에서 다회용컵 서비스 도입에 긍정적이었다.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규제 강화 찬성은 77.1%, 비닐봉지 규제 강화는 73.7%였다. 또한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한 응답은 88.5%, 정부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59.2%였다(환경운동엽합, 일회용품 관련 인식 조사 2023).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소비자들은 “다회용컵은 관리가 불편하다”,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반납하러 또 가야 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고, 카페 업주들은 “세척과 위생 관리 비용이 과도하다”, “보증금 환급 시스템 구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에서는 다회용컵 수거·운반을 담당하던 기업이 경영난을 겪어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환경분쟁의 본질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모두가 동의하는 가치지만, 막상 개인의 생활과 비용이 얽히면 저항이 생긴다. 편리함과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생활에서 ‘불편의 사회화’를 요구하는 정책은 언제나 반발을 부른다.
그럼에도 정책은 참여와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동참을 이끌 수 있다. 다회용컵 반납소를 늘리고, 반납 시 포인트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업주에게는 세척 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위생 관리 표준을 제공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문제는 일회용품 줄이기 계획 등 대부분의 환경정책은 2003년 초반 시행되었으나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고, 일관성 없이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점이다. 국민과 기업은 매번 혼란을 겪고,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환경 문제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으로 ‘불편함’이 ‘당연함’이 되어야 하는데, 매번 이렇게 정책이 흔들리면 작은 불편조차 감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경문제는 ‘내가 감수하는 작은 불편’에서 시작된다. 빨대를 포기하고 컵을 반납하는 단순한 행동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내 작은 불편이 모이면, 어느새 우리의 바다는 더 깨끗해지고, 미래 세대는 조금 더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다음 편에서는 사회적 공익이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와 만나는 또 다른 현장, 지역과 행정 간의 갈등을 살펴본다.
고은영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