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2025년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리튬 가격 급락으로 유례없는 '성장통'을 겪었던 2차전지 산업에 온기가 감돌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의 라인 전환이 하락세를 저지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교보증권은 특히 삼성SDI와 엘앤에프를 필두로 한 밸류체인의 수익성 개선에 주목하며, 업황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 2025년의 혹독한 시련...공급 과잉과 수요 절벽
지난해 2차전지 업종은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하회하며 고전했다. 무엇보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가 꺾인 것이 뼈아팠다.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여파로 하반기 변동성이 확대됐으며, 글로벌 배터리 수요 대비 약 900GWh 수준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며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원자재 시장 역시 극심한 등락을 반복했다. 리튬 가격은 중국 내 광산 가동 중단과 수출 제한 등으로 일시 반등했으나, 테슬라와 BYD 등 주요 업체의 판매 부진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하방 압력을 받았다. 니켈과 코발트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쿼터제 도입으로 인해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며 소재사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켰다.
■ 2026년 반전의 서막... ESS가 견인하는 '아웃퍼폼'
교보증권 최보영 연구위원은 2026년 배터리 셀 및 소재사의 수익률이 코스피 대비 우수한 성적(Outperform)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전년 대비 둔화될 수 있으나,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ESS 실적 기여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SDI는 2026년 3월 미국 에너지 기업과 1.5조원 규모의 ESS 각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시간 홀랜드 공장의 EV 라인을 ESS로 전환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말까지 ESS 생산 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하고,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엘앤에프'... 탈중국 LFP 공급망의 선두주자
소재 부문에서는 엘앤에프의 행보가 독보적이다. 엘앤에프는 삼성SDI와 비중국계 기업 최초로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ESS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고객사 다변화를 넘어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완성차 및 ESS 업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전략적 성과로 평가된다.
교보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2026년 1분기 주가 수익률은 약 65.3%로, 에코프로비엠(43.6%)과 포스코퓨처엠(21.3%)을 크게 웃돌았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ESS 노출도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이 재형성되고 있으며, 엘앤에프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 에너지 안보와 정책 모멘텀...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넘다
대외 환경도 긍정적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상승은 역설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를 재점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력 공급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유럽(EU)은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중저가 EV 보급 확대를 통해 하반기 판매량 회복세가 뚜렷하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상존하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따른 ESS 필수론이 확산되면서 국내 셀사들의 수혜는 지속될 전망이다.
■ 옥석 가리기 속 실적 신뢰 회복이 관건
2차전지 산업은 이제 막연한 성장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낮은 가동률과 수익성 저하를 ESS라는 신성장 동력으로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핵심이다. 교보증권은 삼성SDI 중심의 밸류체인과 LFP 공급망을 선점한 엘앤에프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