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권사 리포트는 투자자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등대가 오직 ‘안전’ 신호인 매수(Buy)만 비추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의 성적표를 들여다본 결과, 투자자들을 향한 ‘위험’ 경고등은 사실상 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5대 증권사 중 매도 리포트 낸 곳은 단 6곳…비중은 ‘미미’
2월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15대 증권사 중 상반기 동안 단 한 건이라도 매도 의견을 낸 곳은 6곳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 숫자는 늘었으나 그 비중을 보면 민망한 수준이다.
매도 비중이 가장 높았던 하나금융투자조차 전체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은 1.9%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1.3%), 미래에셋증권(1.3%), 메리츠종금증권(1.2%) 등 소위 대형사들의 매도 비중은 1%대를 겨우 턱걸이했다. 사실상 시장에 나오는 리포트 100건 중 99건은 “사라”거나 “지켜보라”는 조언인 셈이다.
반면 교보증권은 매수 비중이 무려 97.9%에 달해 ‘매수 지상주의’의 정점을 찍었다. 신영증권 역시 93%로 뒤를 이었으며,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도 80% 이상의 높은 매수 비중을 기록했다.
< 2026년 상반기 주요 증권사 리포트 의견 비중 (단위: %) >
| 증권사명 | 매수(Buy) | 중립(Hold) | 매도(Sell) | 비고 |
| 교보증권 | 97.9 | 2.1 | 0.0 | 조사 대상 중 매수 비중 1위 |
| 신영증권 | 93.0 | 7.0 | 0.0 | |
| 미래에셋대우 | 80.0+ | - | 0.0 | |
| 하나금융투자 | 98.1 | - | 1.9 | 매도 비중 가장 높음 |
| 한국투자증권 | 98.7 | - | 1.3 | |
| 메리츠종금 | 98.8 | - | 1.2 |
■ '주진형의 유산' 사라진 한화투자증권…다시 시작된 '침묵'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화투자증권의 변화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 재임 시절, 업계 최초로 ‘매도 리포트 10% 발행 의무제’를 도입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곳이다.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발언을 하겠다는 약속은 투자자들의 큰 신뢰를 얻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한화투자증권의 매도 비중은 8.3%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주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상반기 매도 의견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매수 의견이 12건(46.2%), 중립 의견이 14건(53.8%)으로 ‘매도’ 글자는 리포트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 전 사장의 퇴임과 무관하게 시장 상황에 따른 종합적 평가”라며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인해 매도보다는 중립 의견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화투자증권 매도 리포트 발행 추이 (2025 vs 2026) >
| 구분 | 2025년 상반기 | 2026년 상반기 | 증감(p) |
| 매도 의견 비중 | 8.3% | 0.0% | -8.3 |
| 매수 의견 비중 | 50.0% 미만 | 46.2% | - |
| 중립 의견 비중 | - | 53.8% | 급증 |
| 특이사항 | 매도 의무제 시행 | 주진형 퇴임 후 의무제 폐지 |
■ 외국계와의 극명한 대비…금감원 “관행 개선하겠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는 통상 10~20% 수준의 매도 의견을 유지하며 독립성을 과시한다. 분석 대상 기업과의 관계(IB 딜 등)보다 투자자 신뢰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사태의 심격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5월 금감원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실이 발생했음에도 매수 의견을 유지할 경우, 그 판단 근거를 상세히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국내 vs 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 비중 비교 >
| 분류 | 매도 리포트 평균 비중 | 특징 |
| 국내 15대 증권사 | 약 1% 미만 | 매수 일색, 기업 눈치보기 관행 잔존 |
| 외국계 증권사 | 15.0% ~ 20.0% | 독립적 분석, 엄격한 투자등급 관리 |
| 금감원 권고안 | (강화 예정) | 매도 미발행 시 구체적 근거 기재 의무화 |
한편,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리포트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 기업으로부터 정보 제공이 끊기거나, 항의 방문을 받는 등 유무형의 압박이 상당하다. 일부 투심이 거친 개인 투자자들의 비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증권사의 존재 이유는 ‘정확한 정보 전달’에 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소신 있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리포트가 많아질 때, 비로소 자본시장의 투명성은 확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