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이준오기자 | 정부의 1·29 대책(‘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공공 주도 공급 방안보다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서울시의 반발에 정부는 서울시 판단이 잘못됐다고 실현 가능하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주택공급의 직접적인 협의 당사자 중 한 곳인 서울시와 국토부 간 논의가 계속 삐걱댈 경우 빠른 공급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1·29 대책’ 발표 이틀째인 30일에도 서울시와 국토부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1월 30일 오전 KBS1 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에 나와 “민간 공급을 억누른 10·15대책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요구는 단 한 건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 또한 1월 3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시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국토부 “1만 가구 돼야” VS 서울시 “8,000 가구가 최대”
이번 대책의 상징이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1만 가구의 유혹과 6,000(최대 8,000) 가구의 품격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다시 말해 서울시는 8,000가구 이상 주택공급이 강행될 경우, 1인당 녹지비율이 줄어들고 소형 주택이 대거 공급돼 양질의 주거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 주장했다.
서울시는 “용산은 3~4인 가구를 위한 30평대 아파트가 주력이 돼야 한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라며 “1만 가구가 되면 10평대 소형 평형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6,000 가구일 때 1인당 녹지 비율이 7.9㎡에서 1만 가구에서는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 녹지 면적이 40% 정도 축소돼 주거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게 시의 입장이다. 토지이용계획까지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도 2년 넘게 지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반대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계산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선 소형 평형이 늘어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8,000 가구에서 2만 가구 이런 식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면 소형평형이 확 늘어날 수 있겠지만 용산은 용적률이 800%, 1,000%에 달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물량이 곧 시장 안정'이라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용적률을 높여 1만 가구까지 밀어 넣자고 주장이며 서울시는 녹지 비율이 반토막 나는 닭자 아파트는 용산의 미래가 아니라는 논리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 태릉CC, 서울시 “현실성 없어” vs 국토부 “이번엔 달라”
6,800 가구의 태릉CC 공급안을 놓고도 양측의 시각은 천양지차다. 서울시는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이 전체 공급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정부는 규제 완화보다는 직접 부지를 찍어 추진하는 공공 방식을 선호한다. 결국 시장(민간) 대 계획(공공) 간의 대결인 셈.
서울시는 “해제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면적에 비해 주택공급 효과가 미비하다”면서 “대신 인근 중계동 등 도심 정비사업을 통하면 2만7,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환경을 파괴하며 외곽을 개발하기보다 도심 정비가 효율적이라는 실용적 접근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태릉CC 일대의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대책과 노원구의 자족기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 주도로 빠르게 땅을 확보해 결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동대문구 국방연구원 부지 등은 시와 자치구와의 높이, 경관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해 사실상 반대했는데 이번 공급안에 들어갔다”면서 “강남구청 부지의 경우 (강남구청이)갈 곳이 정해지지도 않았고 중랑 면목행정복합타운은 시가 진행 중이던 사업임에도 신규부지처럼 포함됐다”고도 지적했다.
국토부는 강남구청 노후청사 복합개발에 대해 “이전지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구청과의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태릉CC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하도록 국가유산청과 협의가 돼 있고 교통대책도 같이 내놓을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 같은 첨예한 입장 차는 국토부는 공공 주도 공급을,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주택 공급 문제 해법으로 바라보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 주도 방식이 물량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이 주택공급의 90%를 담당하는 만큼 공급 절벽을 해소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정부와 서울시의 부처간 자존심 싸움 내지 갈등이 깊어질수록 시장의 피로도는 높아지는 등 결국 피해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토지이용계획을 다시 짜아 한다면 공기 지연으로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급 시그널이 엇갈리면 내 집 마련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에`누구 말이 맞느냐'를 갖고 따질 때가 아니라 공공의 속도감과 민간의 효율성을 어떻게 혼합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우려 섞인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