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성공 DNA'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5년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 조직의 허리를 젊고 유연하게 재편했다.
과거의 자동차가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하드웨어(HW)에 의해 성능이 결정되었다면, SDV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SW)가 차량의 주행 성능, 안전 기능, 편의 사양 등을 제어하고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정의선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만프레드 하러 사장과 진은숙 사장을 중용한 이유는, 현대차를 단순히 기계 장치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바퀴 달린 컴퓨터'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다.
■ '평균 연령 40대' 진입...관성 깬 젊은 현대차
이번 인사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인적 구성의 변화다. 신규 상무 선임자 중 40대 비율이 약 50%에 달하며, 상무 초임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이는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높아진 수치다.
단순히 나이가 젊어진 것만이 아니다. 승진자의 30%가 R&D 및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배출됐다는 점은 현대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술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업계는 이를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기술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정 회장의 결단"으로 보고 있다.
■ 외국인 R&D 수장 발탁, '비어만 신화' 소프트웨어로 잇는다
정 회장은 다시 한번 '글로벌 리더십 공식'을 꺼내 들었다. 포르쉐 등에서 활약한 만프레드 하러(Manfred Harrer)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의 새 수장으로 앉힌 것이다. 과거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을, 알버트 비어만이 고성능 N 브랜드를 통해 현대차의 하드웨어 위상을 바꿨다면, 이제는 하러 사장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이엔드 R&D 역량을 글로벌 톱티어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의 여섯 번째 외국인 사장 임명은 "국적에 상관없이 최고의 실력자에게 핵심 키를 맡기겠다"는 정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 첫 여성 사장 탄생... '유리천장' 깨고 다양성 확보
조직의 다양성 확보에도 방점을 찍었다. NHN과 네이버 출신의 ICT 전문가 진은숙 사장을 현대차그룹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기술 역량만 있다면 성별과 배경을 가리지 않고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하겠다는 메시지다.
이는 구글 출신의 김혜인 HR본부장(부사장) 영입에 이은 행보로, 경직된 제조업 기반의 조직 문화에 IT 기업 특유의 신속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2030년 미래 선점 위한 '포트폴리오형 리더십'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기술, 글로벌 감각, 다양성이 결합한 포트폴리오형 리더십을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연기관 시대의 '성실함'과 '제조 경쟁력'을 넘어, 미래차 시대의 '창의성'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열 정비인 셈이다.
정의선 회장의 이번 인사는 전 세계 3위 완성차 기업을 넘어 '글로벌 톱티어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실행 엔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