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자율주행 칩(AI5)의 제조를 위해 삼성과 대만 TSMC 모두와 협력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는 테슬라가 AI 칩 공급망을 이원화해 안정적 확보와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0월22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열린 테슬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5 자율주행 컴퓨터 칩은 삼성전자와 TSMC가 모두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AI4 칩은 삼성, AI5는 TSMC가 담당”한다는 구도를 정면으로 부인한 발언이다.
테슬라는 이미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약 23조6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신규 반도체 공장에서 테슬라 전용 신형 칩을 생산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번 발언의 핵심은 AI5 칩을 특정 제조사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과잉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대규모 자율주행 네트워크 확장과 로봇 생산 계획을 고려할 때, 반도체 확보는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다.
머스크는 이번 전략이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지배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테슬라는 엔비디아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만약 테슬라가 자동차나 로봇용 AI 칩을 너무 많이 보유하게 되면, 그것들을 데이터센터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여러 고객을 상대해야 하지만, 테슬라는 자사 제품만을 위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다”며, 내재화된 칩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효율성과 비용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이번 결정이 “AI칩 공급망의 안정성과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노리는 행보”로 평가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TSMC가 독점하던 테슬라 AI칩 시장 일부를 확보한 셈이며, 반대로 테슬라도 공급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번 행보는 테슬라가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AI·반도체 기술을 내재화한 ‘통합형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