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정부가 16일부터 시행하는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축소 조치는 단순한 대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자산가격 주도 경기’의 구조적 변화를 겨냥한 정책 신호다.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로 발표된 이번 대책은 단기적 시장 안정과 함께, 장기적으로 ‘레버리지(차입) 중심의 부동산 수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 "강남발 자산 랠리, 다시 불붙었다"
정부가 다시 ‘대출 조이기’ 카드를 꺼낸 이유는, 올여름 이후 재점화된 서울 고가아파트 가격 때문이다.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낮춘 지 불과 3개월 만이지만, 서울 고가주택 거래가 되레 늘어나며 평균 매매가가 상승세로 반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기준 강남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7억 원, 서초구는 26억 원을 돌파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완화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며 상위 10% 가격대의 주택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번 대책은 투기적 자금의 상층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 "25억 초과 2억, 15억~25억 4억 한도"…대출의 역진적 구조 도입
이번 조치의 핵심은 ‘가격이 높을수록 덜 빌려주는’ 역진적 구조다.
· 15억 원 이하 주택: 주담대 한도 6억 원(현행 유지)
· 15억 초과~25억 이하 주택: 최대 4억 원
· 25억 초과 주택: 최대 2억 원
이는 고가 자산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중저가 실수요 중심의 거래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정부 의중을 반영한다.또한, 16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을 신청한 경우에는 기존 규제가 적용되며, 이주비 대출은 현행 6억 원 한도로 예외 유지된다.
■ 강남·서초 ‘거래절벽’ 우려…"현금 부자만 남는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현금 부자 중심의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강남권 아파트 매수의 경우 25억 원이 넘는 단지가 다수인데, 이번 규제로 2억 원 외에는 대출이 불가능해 90% 이상을 현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가주택 거래의 상당 부분이 자산가 간 교환이나 대체 투자 성격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유동성이 급속히 마를 것"이라며 "고가 아파트 거래량 급감 → 시세 하락 압력 → 중저가 전이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출 여력이 없는 수요층이 고가주택 대신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서울 외곽·수도권 중소형 단지로 수요가 재배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단기적 거래 감소, 연말 이후 안정국면 가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 거래량 급감과 가격 정체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 대출 규제는 심리적 압박 효과가 크지만, 고금리와 공급 부족 상황을 감안할 때 시장 급락보다는 완만한 조정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조치는 자산가의 레버리지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만, 실수요자의 구매력까지 제약하면 장기적으로 도심 공급 의욕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역시 이 점을 의식해 이주비 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동력을 유지하려는 절충안을 택했다는 평가다.
■ “연착륙 vs 경착륙 갈림길…11월이 분수령”
시장에서는 10월 중순 이후 대출 규제 강화, 10월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11월 초 공공택지 공급계획 발표 등 ‘3중 변수’가 맞물린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가격 보합’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책은 단기적 수요 억제보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전환—즉, 차입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다음 행보는 공급 확대와 금융 안정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