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중국이 전 세계 금융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다.
2026년 1월 1일부터 중국의 핵심 국유 상업은행들이 디지털 위안화(e-CNY)에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한다. 이는 디지털 화폐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은행 예금과 동등한 '저축 수단'으로 지위가 격상됨을 의미한다.
■ "디지털 현금에서 예금으로"…금융 지각변동의 시작
12월3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공상은행, 농업은행, 교통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은 내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실명 지갑 잔액에 보통예금 공시 금리(현재 약 0.05%)를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디지털 위안화는 이자가 붙지 않는 '디지털 현금(M0)'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디지털 위안화는 지급준비금 제도 내에서 관리되며, 은행 예금과 똑같은 예금자 보호를 받게 된다. 이자율 자체는 낮지만, 무이자인 현금 지갑보다 이자를 주는 디지털 지갑을 보유할 유인이 생기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보급 속도는 폭발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 통화정책의 '고속도로' 뚫는다…내수 진작의 핵심 병기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핵심 배경은 '통화정책의 전달력 강화'다. 디지털 위안화는 인민은행이 직접 설계한 인프라다. 국민 대다수가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실사용 계좌로 쓰게 되면, 정부가 금리를 조정하거나 소비 보조금을 입금할 때 민간 은행이나 플랫폼(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가계에 반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이 민간 플랫폼에 쏠린 결제 주도권을 국가 인프라로 회수하고, 2026년부터 시작되는 차기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 달러 패권 대항마… '위안화 국제화'의 초석
장기적으로는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중국은 이미 상하이에 디지털 위안화 국제운영센터를 설립하고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국경 간 결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자가 지급되는 디지털 위안화가 국경을 넘어 유통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이자 혜택을 무기로 글로벌 무역 결제 시장에서 달러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중국의 디지털위안화(e-CNY)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의 디지털유로, 한국은행이 검토 중인 디지털원화 등은 대표적인 CBDC 사례로 꼽힌다.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를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