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금융감독원이 해외 주식 투자를 중개하는 증권업계를 향해 '영업 중단'까지 거론하며 유례없는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고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서학개미 발 묶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의 매력은 방치한 채 개인의 자산 운용권만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금감원, '수수료 탐욕' 정조준…위법 시 최고 수준 징계 경고
이찬진 금감원장은 12월18일 개최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증권사들의 해외 주식 중개 행태를 '심각한 우려'라는 표현을 빌려 강하게 질타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단기적 수수료 수익에만 눈이 멀어 투자자 보호를 뒷전으로 미뤄놨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근거는 '손실률'이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계좌 중 절반이 손실 상태이며, 특히 고위험 파생상품에서의 손실이 37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투자자 보호 실패'의 증거로 삼았다. 이 원장은 "투자자 이익보다 실적을 우선시하는 영업행태를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하며, 위법 행위 발견 시 '해외 주식 영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 "투자자 보호인가, 환율 방어인가" 의구심 증폭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임계치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외화 유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서학개미'의 행렬을 끊기 위해 증권사 마케팅이라는 통로를 차단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범정부 차원의 외환시장 점검에 나섰고, 금감원은 이에 맞춰 증권사 준법감시인들을 소집해 해외 투자 리스크 전달 강화를 지시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 손실은 본인의 판단인데 이를 영업 중단 사유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 있다"며 "사실상 환율 안정을 위해 증권사를 '창구 지도'하는 관치금융의 재림"이라고 토로했다.
■ "國場은 묶고 外場은 막고"…폭발한 서학개미 여론
당국의 압박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수익률은 방치하면서, 수익을 찾아 해외로 나간 투자자들의 길만 막으려 한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상장사들의 불투명한 공시와 상장폐지 리스크로부터는 우리를 얼마나 보호해줬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또 다른 투자자는 "환율을 잡고 싶으면 금리를 올리거나 경제 기초체력을 키워야지, 왜 개인의 정당한 자산 배분 행위를 범죄시하느냐"며 "이것이 바로 한국 증시를 고립시키는 '글로벌 갈라파고스'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증권가 '코드 맞추기' 올스톱…시장의 자정 기능 상실 우려
금감원의 서슬 퍼런 경고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몸을 낮췄다. 주요 증권사 CEO들은 간담회 직후 해외 투자 관련 프로모션과 광고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연말연시 대목을 앞두고 활발했던 수수료 할인, 해외 주식 증정 이벤트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부 증권사는 아예 마케팅 예산을 국내 주식 활성화로 돌리는 등 '당국 맞춤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가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투자자들이 더 합리적인 투자처를 찾을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규제가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에서 나온다"며 "강제로 발을 묶는 방식은 결국 국내외 시장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