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보험료 조정 논의가 이달 말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올해도 손해율이 11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며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고물가 속 가계 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 최소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가 올해 인하된 상황에서 실손보험만 대폭 오르게 될 경우 소비자 반발이 커질 수 있어 양측의 조율 과정은 어느 해보다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 3년째 110%대 후반… ‘구조적 적자’에 빠진 실손보험
실손보험 손해율은 최근 3년 동안 사실상 개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3년 118.4% △2024년 116.2% △2025년 상반기 119% 로 집계됐다. 보험료 100만원을 받아 120만원 가까이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손실 규모도 여전히 가파르다. △2023년 14조9287억원 △2024년 16조2161억원 △2025년 상반기 8조8174억원. 실손보험은 민영보험이지만 사실상 사회보험적 성격을 갖고 있어 ‘준(準) 공적 보험’으로 불린다. 가입자가 4천만명에 달하는 만큼 보험금 지출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면 보험료 인상 압력은 필연적으로 높아진다.
■ 보험사 “적자 누적…두 자릿수 인상 없이는 유지 불가”
보험사들은 올해도 ‘손해율 방어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자동차보험은 사고율 감소와 비용 효율화로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올해 보험료를 인하했지만, 실손보험은 여전히 적자 폭이 큰 만큼 역대급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는 3세대 실손(손해율 128.5%), 4세대 실손(111.9%)의 적자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1·2세대는 물론 3세대 실손까지 손해율이 전반적으로 치솟은 만큼 10% 이상의 인상은 불가피한 구조”라며 “보험료 인상을 억누를 경우 장기적으로 상품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4000만명 가입…고물가 상황서 과도한 인상 불가”
금융당국은 정반대 입장이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상품이어서, 보험료 인상은 곧바로 가계 부담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올해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인상 폭 최소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해 실손보험 인상률을 7.5%, 2023년에는 1.5% 수준에서 조율한 바 있다. 당국은 올해 역시 큰 틀에서 “두 자릿수 인상 불가”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 요인 개선, 비급여 관리, 청구 구조 개선 등과 병행하지 않은 단순 인상은 소비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 가입자의 61% 차지하는 ‘1·2세대 실손’
이번 협상의 핵심은 가입자가 가장 많은 1·2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 폭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입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세대: 638만건(17.8%) △2세대: 1552만건(43.2%) △3세대: 804만건(22.3%) △4세대: 525만건(14.6%). 손해율은 △3세대(128.5%) △4세대(111.9%)가 가장 높은 상태지만, 가입자 수가 많은 1·2세대 보험료 인상 폭이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훨씬 크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세대별 손해율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반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당국은 “특히 1·2세대 인상 폭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한 자릿수 vs 두 자릿수 ‘막판 줄다리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인상 폭을 두고는 "보험업계는 10% 이상, 금융당국은 한 자릿수 관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과정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실손보험 인상 논의는 이달 말부터 비공식적으로 시작되며, 보험연구원의 보험료율 검증 결과가 도출되는 내년 초를 전후해 최종 인상 폭이 확정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료는 손해율에 비례해 기계적으로 인상되는 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여론, 물가, 정치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