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전격 방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첫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사우디의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 ‘비전 2030’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적으로 접점을 찾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10일 넘게 이어진 글로벌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하다.
■ 사우디 첫 단독 회동…'비전 2030'과 현대차의 교집합
정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는 10월27일(현지시간)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나 사우디 자동차 산업 육성과 스마트시티 협력, 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폭넓게 논의했다. 현대차가 사우디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내에 건설 중인 현지 생산법인(HMMME)을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사우디 고객의 니즈에 맞춘 특화 설비를 적용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MMME는 중동 지역 최초의 현대차 생산 거점으로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연간 5만대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은 사우디 경제를 석유 중심 구조에서 정보통신·모빌리티 중심으로 전환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사우디 진출의 ‘전략적 플랫폼’으로 보고, 기가 프로젝트(100억 달러 이상 투자 규모) 참여를 통한 중동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 HMMME, ‘사막형 모빌리티’ 실험장…중동 맞춤 생산기지로 육성
정 회장은 사우디 방문 하루 전인 26일, HMMME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현지 임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고온·사막 등 기존과 다른 조건에서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모빌리티를 공급하겠다”며 현장 대응력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중동 특화형 모델 개발과 현지 공급망 구축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연간 약 80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되는 중동 최대 시장이지만, 현지 생산기반이 없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9월 기준 사우디 판매량 14만9604대를 기록,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내년 HMMME가 본격 가동되면 ‘메이드 인 사우디’ 현대차가 시장 점유율 확대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 글로벌 순방 10일 강행군…사우디를 향한 정의선의 ‘틈새 경영’
정 회장의 이번 출장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패권 구도의 변화 속에서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16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 참석, 18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 이어 26일 사우디로 향했다. 불과 열흘간 세 나라를 잇는 초강행군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사우디 방문을 서둘러 추진한 것은 향후 전기차 및 수소차 시장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조기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며 “비전 2030 프로젝트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수소 인프라 사업이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이 현대차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중동 시장 현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현대차는 사우디를 거점으로 걸프협력회의(GCC) 시장을 포괄하는 생산·수출 허브로 키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네옴(NEOM)시티, 옥사곤(Oxagon) 등 ‘스마트 메가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