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마트제조혁신 촉진법 시행 이후 첫 실태조사를 내놓았으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전체 제조기업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곳은 19.5%에 불과하며, 중소기업으로 좁히면 18.6%로 더 떨어진다. 특히 기업 규모별 격차는 가히 '디지털 카스트' 수준이다. 중견기업이 85.7%의 도입률을 보일 때 소상공인은 8.7%에 그쳤다.
이는 정부의 지원책이 일정 규모 이상의 체력을 갖춘 기업에만 쏠려 있거나, 현장의 영세 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스마트공장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 혁신'이라는 구호가 대도시 인근의 중기업 이상에게만 해당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75%가 ‘기초 단계’…고도화 없는 ‘보여주기식’ 보급의 한계
더 큰 문제는 질적 수준이다. 도입 기업 10곳 중 7곳 이상(75.5%)이 여전히 '기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실시간 공정 제어와 최적화인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단순한 관리 시스템 구축 수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주요 도입 기술이 ERP(76.3%)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ERP는 전사적 자원 관리 도구일 뿐, 제조 현장의 지능화를 직접적으로 이끄는 기술이 아니다. 공정을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MES나 제어컨트롤러 도입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스마트공장이 '지능화'보다는 '전산화'에 매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제조 AI 도입률 0.1%의 충격…‘AI 전환’은 먼 나라 이야기
이번 조사에서 가장 뼈아픈 수치는 제조 인공지능(AI) 도입률이다. 전체의 0.1%라는 수치는 사실상 국내 중소 제조 현장에 AI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향후 도입 계획이 있는 기업도 1.6%에 불과해, 글로벌 제조 강국들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동안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기술 고립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지역특화 AI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장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프라만 짓는 방식은 또 다른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입 기업 중 제조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중이 74%라고 하지만, 정작 그 분석이 실제 공정 효율화로 이어지는 고도화 단계(중간 이상) 비중은 현저히 낮다.
■ 11억 들여 만든 공장, 전담 인력도 교육 예산도 없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드는 평균 비용은 11억 3천만 원(중소기업 7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56.9%)을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조달한다. 큰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교육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한 기업은 6.6%에 불과하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깔았지만 이를 운용할 사람은 없고, 있는 인력조차 교육시키지 않는 구조다. 전담 부서나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 19.5%에 그친다는 점은, 지원금이 끊기거나 초기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후 스마트공장이 '방치'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 없이 '기계'만 넣는 방식의 혁신이 얼마나 사상누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순재 제조혁신과장은 디지털 전환이 '진행형'이라고 평가했으나, 현장의 시계는 '기초 단계'에서 멈춰 서 있다. 정부는 이제 단순한 보급 대수 늘리기라는 실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 한 곳을 지원하더라도 AI와 데이터 분석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고도화된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영세 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인력 양성과 유지 보수에 대한 장기적인 밀착 케어가 동반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