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군이 일본의 잠재적 핵무장 능력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거론하며 '레드라인'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군사화 행보가 단순한 방어력 강화를 넘어 지역 내 핵 비확산 체제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중국 측의 전략적 경고다.
■ "핵탄두 5,500기 가능"... 해방군보의 이례적 전면 비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최근 지면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핵 잠재력을 맹비난했다. 보도의 핵심은 일본이 보유한 '분리 플루토늄 44.4t'이다.
중국 측은 이 양이 핵탄두 약 5,500개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규모라고 주장했다. 주목할 점은 이 수치가 국제핵물질패널(IPFM)의 데이터 및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공식 수치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민간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확보한 플루토늄이 언제든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협'을 공론화한 것이다.
■ ‘비핵 3원칙’의 형해화...사실상 ‘0단계 핵보유국’ 진단
해방군보는 일본을 "완전한 핵연료 순환 시스템을 갖춘 세계 유일의 비핵 국가"라고 규정했다. 현재 핵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단시간 내에 핵무장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물질적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천명했던 '비핵 3원칙(보유·제조·반입 금지)'이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 들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방위혁신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군민 겸용 기술(Dual-use) 체계를 구축한 것이 결국 '핵무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 방산주 650% 폭등...실체 드러내는 일본의 '군사 굴기'
일본 기업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은 이러한 재군사화 흐름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지표다. 2012년 이후 일본의 방위비는 14년 연속 증가했으며, 최근 3년 사이에는 두 배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주요 방산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주가는 무려 650% 이상, IHI는 480% 이상 폭등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실질적인 경제 보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미 올해 2월 미쓰비시중공업 등 20개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고, 희토류 등 핵심 전략 물자의 대일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압박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 다카이치 정부의 가속 페달... 동아시아 안보의 '뉴노멀'
다카이치 정부는 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을 2025회계연도로 2년이나 앞당기며 군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3대 안보문서 개정 작업 역시 올해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히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일본 지도부의 발언은 중국의 안보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국의 이번 비판은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 대부분이 프랑스와 영국에 위탁 보관 중인 민간용이라는 맥락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군 기관지를 동원해 이토록 상세한 수치를 들이대며 비판한 것은 단순한 선전전을 넘어선다.
이는 향후 동아시아에서 전개될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선제적 책임 전가이자, 일본의 방산 공급망을 타격하겠다는 경제 전쟁의 선포로 해석된다. 일본의 재군사화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중국의 진단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 안보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강력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