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국내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기업 알지노믹스(476830)가 다음 달 개최되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주력 파이프라인인 ‘RZ-001’의 간암 임상 중간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RNA 치환효소 기반 유전자치료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텍으로, 상장 전인 2025년 5월, 일라이 릴리와 13억3400만달러 규모의 유전성 난청 치료제 공동연구·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RNA 단계 편집으로 유전체 변형 위험 낮춰
알지노믹스의 핵심 기술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RNA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치료용 RNA를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기존 유전자 교정 기술이 DNA를 직접 조작해 영구적인 유전체 변화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알지노믹스는 RNA 단계에서 편집이 이뤄져 이런 위험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 김선아 연구원은 ‘알지노믹스, 트렌드를 선도하는 알짜배기 새내기 바이오텍’ 리포트에서 “알지노믹스의 플랫폼은 RNA 트랜스 스플라이싱 리보자임(RNA trans-splicing ribozyme) 기술에 기반한다”며 “기존 유전자 치료제와 달리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동시에 치료용 단백질 발현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파이프라인은 간암·교모세포종, 알츠하이머, 유전성 망막질환, 유전성 난청 등을 겨냥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기반 전달체를 활용해 1회 투여로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RZ-001, AACR 2026서 초기 임상 결과 구두 발표
RZ-001은 알지노믹스가 가장 먼저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큰 대표 치료제 후보이다. 간암과 교모세포종을 고치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번 AACR 2026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 결과를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이 약은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신호를 막는 한편, 암세포 안에서 스스로 죽는 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장치를 함께 넣은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발간시클로버(VGCV)라는 약을 같이 투여하면 암세포를 더 강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라 많은 환자에게 바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의 환자에게 먼저 투여해 안전한지부터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 알지노믹스는 AACR 2026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RZ-001 병용 임상 1b/2a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해당 세션 안내 이미지.
■ 최초의 인간 대상 유효성 데이터 공개 기대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알지노믹스가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 효과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첫 무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초기 데이터인 만큼 기대만 앞세우기보다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교보증권은 이번 AACR 발표가 10명 안팎의 적은 환자 수와 일부 투여 용량 결과만 담았을 가능성이 있어, 데이터를 확대 해석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또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함께 쓰는 약물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혈액독성이나 출혈 부작용은 꼭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 RZ-003, ApoE4 타겟 알츠하이머 치료제 주목
중장기적으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인 ‘RZ-003’도 관심을 받고 있다. RZ-003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ApoE4를 보다 덜 위험한 형태인 ApoE2에 가깝게 바꾸는 방식의 치료제다.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만 골라 교정하려는 접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아직 동물실험 등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사람에게서 실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회사는 향후 기술이전을 거쳐 임상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알지노믹스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RZ003은 문제를 일으키는 APOE4 RNA를 잘라내고 치료용 RNA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오른쪽 이미지는 RZ003 투여 후 생체 내 유전자 발현이 확인된 결과를 보여준다. 자료: 알지노믹스, DS투자증권 리서치센
■ 원형 RNA 플랫폼, ‘인비보 CAR-T’ 확장 가능성
원형 RNA(circRNA) 플랫폼도 새로운 변수로 거론된다. 알지노믹스는 지난 3월 27일 관련 논문을 발표했는데, 원형 RNA를 정맥주사했을 때 면역세포인 T세포로의 전달 효율이 높게 나타났고, 일부 T세포 축적 수준은 기존 선형 RNA보다 약 3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몸 안에서 직접 CAR-T 치료제를 만드는 ‘인비보 CAR-T’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세포까지 전달되는 효율은 높지만, 실제 치료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수준은 기존 선형 RNA보다 낮아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알지노믹스의 단기 분수령은 4월 AACR 발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에서 안전성과 초기 효능 신호가 확인되면, RNA 편집 기술의 인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시장 신뢰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제, 원형 RNA 플랫폼, 추가 기술이전 기대까지 함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기술의 가능성 자체가 아니라, 이 기술이 실제 환자에게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