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수십 톤의 강철 전차와 화려한 편대를 이루는 전투기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현대전의 중심축이 물리적 파괴력을 지닌 하드웨어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초정밀 위성망, 그리고 자율형 시스템으로 급격히 이동함에 따라 방위산업의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미 국방부의 차세대 전쟁 인프라를 선점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쥔 전술 테크 기업들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팔란티어, 전장의 ‘두뇌’를 장악하다
과거 정보 분석의 보조 도구에 머물렀던 소프트웨어는 이제 전장의 모든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NASDAQ: PLTR)다. 팔란티어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미 국방부의 가장 신뢰받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전장의 디지털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팔란티어 성장의 핵심은 2024년 미 국방부로부터 수주한 4억 8천만 달러 규모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 프로젝트에 있다. 이 플랫폼은 위성과 드론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막대한 영상 정보와 각종 전장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즉각적으로 분석하여 적의 위치를 식별하고 최적의 타격 지점을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미 육군은 2025년 들어 7억 9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 수정안을 추가하며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포괄적 기본 계약(IDIQ) 체결은 팔란티어의 AI 전장 정보 체계가 미래 군사 역량의 표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 우주로 확장된 방어선, 로켓랩의 비상
지상과 공중을 넘어 우주 공간이 차세대 국방의 필수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로켓랩(NASDAQ: RKLB)의 가치 또한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 미 국방부는 초음속 미사일과 같이 기존의 방어 체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고도화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 군집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켓랩은 2025년 12월, 미 우주군으로부터 미사일 경보 및 추적 시스템용 센서를 탑재한 18기 위성의 설계와 제조를 총괄하는 8억 16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따내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는 로켓랩이 단순한 로켓 발사 대행사를 넘어, 복잡한 군사 위성 시스템을 직접 구축할 수 있는 종합 우주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주 기반 방어 체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로켓랩은 이 거대한 방어 스택의 최전선에서 수혜를 입고 있다.
■ 전통의 거두와 자율 시스템의 동반 랠리
신흥 테크 기업들이 판도를 흔들고 있다면, 전통적인 방산 거물과 자율 주행 무기 전문 기업들은 그 변화를 현실화하는 주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NYSE: LMT)은 F-35 스텔스 전투기와 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통해 미국 군사 프로그램의 견고한 초석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비록 전장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으나, 해당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실질적인 타격 능력을 행사할 첨단 하드웨어 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론 제조 전문 기업인 에어로바이런먼트(NASDAQ: AVAV)의 약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무인기 및 체공형 살상 무기의 효용성이 증명되면서, 미군과 동맹국들은 에어로바이런먼트의 자율형 드론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내린 명령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손과 발’로서 드론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또한 동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국방 예산의 대이동, ‘소프트웨어 정의 전쟁’의 시대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방 시장 흐름을 ‘소프트웨어 정의 전쟁(Software-Defined Warfare)’의 서막으로 규정한다. 과거 국방 예산이 탱크의 장갑 두께나 전투기의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더 영리한 AI를 탑재하고 얼마나 촘촘한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 지출의 거대한 물줄기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우주 자율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영토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팔란티어와 로켓랩이 촉발한 이 변화는 전통적인 방산주의 안정성과 테크 기업의 성장성이 결합된 새로운 투자 테마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방위산업의 성격을 규정짓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