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이 최근 발표한 초고속 자기부상 실험 결과가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월25일, 중국 관영 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NUDT 연구팀이 400m 시험 선로에서 1톤급 차량을 단 2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700km로 가속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에서 기록된 가속도는 약 9.92m/s², 중력가속도로 환산하면 약 9.92G에 달한다. 이는 중력의 10배에 가까운 힘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항공의학 자료에 따르면 특수 훈련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조차 'G-슈트' 없이는 실신하거나 사망할 수 있는 임계치다. 일반적인 고속열차가 승객 안전을 위해 0.1~0.2G로 가속도를 제한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실험체는 열차가 아니라 사실상 '군사용 투사체'에 가깝다.
■ 항모 사출기(EMALS)와 레일건의 핵심 기술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National University of Defense Technology) 실험의 가장 큰 특이점은 가속 방식에 있다. 완만하게 속도를 올리는 일반적인 열차와 달리, 이번 실험에는 단시간에 막대한 전기에너지를 쏟아붓는 ‘펄스 전원(Pulse Power)’ 기술이 전격 도입됐다.
실험을 주도한 리제(Li Jie) 교수는 인터뷰에서 향후 연구 방향을 '항공우주 장비 시험 및 전자기 발사 기술'로 명시했다. 이는 항공모함 갑판에서 대형 기체를 순식간에 쏘아 올리는 전자기 사출기(EMALS, 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의 핵심 원리와 일치한다. 400m라는 짧은 구간에서 시속 700km를 달성했다는 것은, 중국 해군의 최신 항모 푸젠함(Fujian)에 탑재된 사출 성능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입증한다.
특히 1톤급 중량을 이 정도로 가속했다는 점은 무인 전투기나 대형 투사체를 전자기력으로 쏘아 올리는 '전자기 레일건' 및 '초고속 썰매 트랙' 기술이 이미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중국 군사 기술의 요람인 NUDT는 중국 최고 군사 지도기구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CMC, Central Military Commission) 직속의 최고 군사 교육 및 연구 기관이다. 중국의 '서태평양 패권'을 위한 핵심 기술(슈퍼컴퓨터 '텐허', 극초음속 미사일, 항공우주 등)을 개발하는 곳으로, 미 국무부의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라 있는 기관이다.
■ 우주군 창설과 '텅윈' 프로젝트의 퍼즐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중국의 대표적 방산기업 중국항천과공그룹(CASIC, China Aerospace Science and Industry Corporation)과 NUDT가 연계 추진 중인 우주 왕복선 '텅윈(Tengyun)' 프로젝트의 지상 검증 모델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중국항천과공그룹(CASIC)이 주도하는 ‘텅윈(Tengyun)’ 프로젝트는 수평 이착륙이 가능한 재사용 우주 왕복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핵심 국가 전략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혁신적이자 위협적인 지점은 전통적인 수직 발사 방식에서 벗어나, 지상에서 전자기 트랙을 이용해 우주선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뒤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전자기 발사 지원(Aerospace Boost Launch)’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텅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중국은 기존 로켓 추진 방식보다 훨씬 적은 연료로 더 무거운 위성이나 정찰 장비를 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우주 공간에 대한 접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필요시 언제든 신속하게 우주 전력을 전개할 수 있는 ‘우주 신속 대응 능력’ 확보를 의미한다.
최근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이 실시한 시속 700km 자기부상 실험 역시, 이 텅윈 우주선을 지상에서 초고속으로 밀어낼 전자기 추진 시스템의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축소 모델 실험이라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텅윈은 단순한 우주 개발을 넘어, 미국의 우주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우주군(Space Force)'의 전략적 타산이 집약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 '민군 융합'의 함정, 한국의 대응은?
중국은 이 기술을 '베이징-상하이 2시간 주파'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희토류 자석 공급망 장악과 군사적 타격 능력 강화라는 서늘한 전략이 숨어 있다.
반면 한국은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Korea Railroad Research Institute)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1,200km급 하이퍼튜브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나, 예산은 중국의 수백 분의 일 수준인 127억 원에 불과하다. KR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한국의 철도 및 대중교통 기술 발전을 전담하고 있다.
하이퍼튜브(HTX, Hyper-Tube eXpress)는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아진공(0.001기압) 상태의 튜브 안에서 자기부상 열차를 시속 1,200km로 주행시키는 한국형 차세대 초고속 철도 시스템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20분 만에 주파하는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실현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20년, KRRI는 독자적인 축소 모델 시험을 통해 시속 1,019km를 달성하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하이퍼튜브는 중국의 전자기 사출 실험과 달리 승객의 안전과 에너지 효율성, 실용적인 대중교통망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국가 전략 기술로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이 민군 융합 전략 아래 수조 원대 예산을 투입하며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어, 한국 역시 예산 증액과 실증 단지 구축 등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무모한 속도 경쟁을 하기보다는, IT 제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실용적 모델 개발과 글로벌 기술 동맹 구축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개발 주체가 군사 기밀 뒤에 숨은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NUDT라면 그 목적지는 평화적 철로가 아닌 전장(戰場)이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