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12.5℃맑음
  • 강릉 13.2℃맑음
  • 서울 13.4℃맑음
  • 대전 14.0℃맑음
  • 대구 15.1℃구름조금
  • 울산 14.4℃구름많음
  • 광주 12.9℃맑음
  • 부산 17.3℃구름조금
  • 고창 13.0℃맑음
  • 제주 15.2℃구름많음
  • 강화 11.3℃맑음
  • 보은 13.1℃맑음
  • 금산 13.7℃맑음
  • 강진군 14.8℃맑음
  • 경주시 14.7℃구름많음
  • 거제 14.6℃구름많음
기상청 제공

2025.11.04 (화)

[이슈] 쿠팡 새벽배송 논란 확산…노동권 vs 소비자 편익 충돌

택배기사 93% “생존권 문제”…정부·노조 정책, 현장과 괴리
심야배송 제한 땐 인건비 상승·배송지연 불가피…소비자 불편 우려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쿠팡의 새벽배송 기사들이 ‘심야배송 금지’ 제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벽배송은 단순한 유통 서비스가 아니라 수만 명의 기사 생계와 직결된 생태계의 한 축이다.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안이 오히려 현장의 ‘생존권 위기’로 번지며, 유통업계 전반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 배경: 혁신의 상징이 된 ‘새벽배송’

 

‘새벽배송’은 한국 유통산업을 대표하는 혁신 모델로 꼽힌다.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이 촉발한 새벽배송 경쟁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바꾸며 온라인 유통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쿠팡의 ‘로켓프레시’는 당일 밤 주문, 다음날 아침 배송이라는 신속성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고용과 물류 투자를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노동계 일각에서 제기된 ‘새벽배송 금지’ 제안이 이런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건강권과 야간노동 문제를 이유로 심야배송을 제한하자는 취지지만, 업계는 “현장 현실을 외면한 탁상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현황: “금지는 곧 해고”…기사 93% 반대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최근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는 현장의 민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응답자 2,405명 중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다. 야간배송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교통 혼잡이 적고 효율적(43%) △수입이 더 많음(29%) △주간 개인시간 확보(22%) 등이 꼽혔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오전 5시 출근·오후 3시 출근’ 이원화 방안에는 89%, 주·야간 교대제에는 84%가 반대했다. 근무시간 문제가 아니라,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짜인 유통·물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CPA 관계자는 “심야배송 제한은 곧 대규모 해고를 의미한다”며 “새벽배송은 단순한 업무시간이 아니라 생계 그 자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협력하는 배송기사 및 위탁업체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2023년 6월 설립된 협의체다. 2025년 2월 공식 발대식을 열었으며, 현재 약 100여 개 배송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CPA는 쿠팡과의 계약 조건 개선, 근무 환경 개선, 입찰 제도 합리화 등을 추진하며 현장 기사들의 목소리를 정부와 업계에 전달하고 있다. 최근 ‘새벽배송 금지’ 논란과 관련해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현장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 갈등의 본질: 노동권 vs 생존권

 

노동계는 “야간노동의 건강 리스크와 과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사들은 “일의 강도가 높더라도 소득이 보장되고 효율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며 실질적 생계 문제를 우선시한다. 현장의 기사들이 야간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이유도 바로 ‘생활비 충당’과 ‘시간 자율성’이다.

 

논란의 본질은 ‘노동권 보호’와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정책이 선의에서 출발했더라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제도는 현실성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동 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일방적 시간 제한은 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 소비자·시장 영향: 편익 축소, 물류비 상승 우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벽배송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맞벌이 가정이나 1인 가구에겐 밤늦게 주문해 아침에 받아보는 배송이 일상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새벽배송 제한은 결국 소비자 편익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도 인력 배치와 배송 효율성이 떨어지면 물류비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주요 플랫폼의 새벽배송 물량은 전체 주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제도 시행 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새벽배송 금지’는 산업 구조 전반에 파급되는 연쇄적 경제효과를 낳을 수 있다.

 

■ 전망: “균형 잡힌 해법”이 관건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동권과 산업경쟁력 간 균형점을 찾는 정교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노동시간 제한만으로는 실질적 개선이 어렵다”며 “인력 충원, 수입 보전, 근무환경 개선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벽배송은 단순한 ‘야간노동’이 아니라, 한국형 유통혁신의 상징이다. 이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하되, 기사들의 건강권을 보완하는 ‘공존 모델’이 필요하다.

 

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유통업계가 현실을 반영한 현장 중심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노동정책 이슈를 넘어 한국 유통산업의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섹션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