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가치를 ‘안정적으로(stable)’ 유지하는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달러·유로·엔화 등 법정통화나 금·국채 같은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페깅·Pegging)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즉, 디지털 자산과 전통 화폐 사이의 ‘중간 교환 매개체’로 기능한다. 가상자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 내에서 원화나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도 자금을 보관·이동할 수 있어, 결제 효율성과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
■ 주요 유형: 법정화폐 담보형·암호자산 담보형·무담보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구조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① 법정화폐 담보형(Fiat-backed): 달러 등 실물 화폐를 실제 예치해둔 뒤, 1:1 비율로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있다.
② 암호자산 담보형(Crypto-backed): 이더리움(ETH) 등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예치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예컨대 다이(DAI)가 대표 사례다.
③ 무담보 알고리즘형(Algorithmic): 일정한 알고리즘을 통해 발행량을 자동 조절해 가치를 유지하는 구조다. 그러나 테라USD(UST) 붕괴 사태처럼 시장 충격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기반은 담보자산의 투명성에 달려 있으며, 자산 보관·감사·운용정보 공개 여부가 투자자 보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 글로벌 확산 배경: 결제 효율성과 자본 이동의 혁신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의 70~80%가량을 결제·정산에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 배경에는 △24시간 실시간 결제 가능 △국경 간 송금 비용 절감 △전통 금융망을 거치지 않는 신속한 자금 이동 등 ‘금융 인프라 대체’ 기능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페이팔(PayPal)이 자사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PYUSD)을 도입하면서 제도권 금융으로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금융감독·통화정책과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EU·일본·싱가포르 등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 또는 ‘준예금’으로 규정하고 발행자에 대한 인가제·유보금 관리·회계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다.
■ 한국의 논의: ‘디지털 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핵심축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 논의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는 발행인 인가제 도입, 예치금 보전 의무, 상환권 보장 등 제도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실효성 약화와 외환규제 회피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면, 결제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통화당국의 관리권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핵심은 ‘혁신과 안정의 균형’이다. 시장의 자율성과 통화체계의 안전망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각국 정책당국의 과제다.
■ 리스크 요인: 신뢰, 투명성, 통화정책 영향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뢰 붕괴시 순식간에 법정화폐 환매 수요가 폭발한다”는 점이다. 테라·루나 사태에서 보듯 담보부 실체가 불투명하거나 과도한 알고리즘 의존은 대규모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대형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금리정책이 시장에서 왜곡될 우려가 있다. 일부 국가는 이를 “민간 디지털 달러의 부상”으로 규정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금융언어’를 바꾼 제도적 화폐 실험이자, 미래 결제·송금 시스템의 새로운 표준이 될 잠재력을 가진 도구다. 그러나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통화정책, 금융안정, 자본이동 관리 등 거시적 문제를 동반하기에, 그 운용체계는 ‘가상자산 혁신’과 ‘금융안정 보루’ 사이의 미세한 줄타기 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