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기업의 재무 위기는 누구의 책임인가. 시가총액 7조7천억 원 규모의 에너지 거물 한화솔루션이 던진 2조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폭탄이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회사 측은 신용등급 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읍소하지만, 정작 위기의 책임이 있는 총수 일가는 적자 속에서도 수백억 원대 보수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 '신주 41%' 역대급 물량 폭탄...하루 만에 시총 18% 증발
지난 3월26일, 한화솔루션은 기존 주식 수의 무려 41%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증자 규모만 2조4천억 원. 시장은 즉각 ‘패닉 셀’로 응답했다. 공시 당일 주가는 18% 급락하며 주주들의 자산 가치는 처참하게 훼손됐다.
한화솔루션이 내세운 명분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난 2년간 자산 매각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나, 확대되는 신용 위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솔루션(AA-)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며 등급 하향을 예고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최후의 보루’였다는 논리다.
■ 적자 20% 늘었는데 총수 급여도 20% 인상...‘이상한’ 보수 체계
하지만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는 회사의 ‘읍소’가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화솔루션의 경영 실적은 2024년 3,000억원 영업손실에서 2025년 3,600억원 손실로 약 20% 악화됐다. 재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상식적인 경영진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마땅했으나, 김승연 회장의 급여명세서는 거꾸로 갔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김 회장에게 전년보다 20% 늘어난 50억4,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실적 악화 폭과 급여 인상 폭이 정확히 일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회사는 "리더십과 전문성, 기여도 등을 종합 반영해 월 4억2,000만 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주주에게 2조원이 넘는 짐을 지운 상황에서 어떤 ‘기여’와 ‘리더십’이 보수 인상의 근거가 되었는지 주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 5곳 중복 수령으로 248억...재계 압도적 1위의 ‘그림자’
김 회장의 보수 논란은 한화솔루션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김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 한화비전 등 무려 5개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으며 지난해 총 248억 원을 챙겼다. 이는 대한민국 재계 총수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 기록이다.
문제는 김 회장이 이 모든 회사에서 ‘미등기 임원’ 신분이라는 점이다. 등기임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보수 한도를 승인받고 경영 결과에 법적 책임을 지지만, 미등기 임원은 이러한 견제 장치에서 자유롭다. 5개 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가 별도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에서 비껴나 있는 미등기 총수가 모든 곳에서 최고액 연봉자 타이틀을 독식하는 구조는 한국 지배구조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다.
■ 주주에게 짐 지우기 전 ‘경영진 성찰’이 먼저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가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주주들에게 수조 원을 요구하기 전에, 매년 총수 일가로 빠져나가는 수십억 원의 급여가 재무 여력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고 꼬집었다.
강도높은 재무 개선을 지속했다는 사측의 자평이 무색하게도, 정작 위기의 정점에 있는 경영진의 책임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회사가 어려우니 주주들이 돈을 내라"고 하기 전, 총수 일가의 보수 반납이나 삭감 등 진정성 있는 자구책이 선행되지 않은 이번 유상증자는 자본시장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