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천당 '공시 위반'…바이오 깜깜이 홍보 경종

  • 등록 2026.04.01 15: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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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만 취해 ‘절차’ 잊었나…공시 위반이 부른 ‘자승자박’
아일리아 계약 논란 속 겹악재…투명성 결여가 부른 참사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바이오 업계의 고질적인 ‘홍보 지상주의’가 결국 화를 불렀다.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 중 하나인 삼천당제약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으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쌓아온 ‘K-바이오의 자존심’이 절차적 투명성 결여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지난 2월 6일 배포된 보도자료다. 당시 삼천당제약은 자사 제품의 시장 전망과 기대 매출액 등 투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문제는 이 정보가 ‘공정공시’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상장사는 특정인에게만 정보를 제공하거나 언론에 먼저 공개하기 전, 거래소 공시 시스템(KIND, Korea Investor's Network for Disclosure System)을 통해 모든 투자자가 동시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삼천당제약은 화려한 수식어를 담은 보도자료 배포에는 열을 올렸지만, 정작 시장 감시망인 공시 절차는 무시했다. 거래소는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 유발'로 판단하고 철퇴를 예고했다.

 

■ 아일리아 계약 논란 속 무리한 ‘분위기 반전’?

 

업계에서는 삼천당제약이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이 이토록 공격적인 홍보를 펼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12조원에 달하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최근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5개국 공급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계약의 뚜껑을 열어보니 실질적인 ‘현금 흐름’인 선급금(Upfront) 비중이 예상보다 낮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수조 원대 매출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성급하게 ‘장밋빛 전망’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를 과시하려는 조급함이 ‘공시 누락’이라는 패착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일리아(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는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개발한 블록버스터급 안과 질환 치료제다. 주로 노인성 안질환인 황반변성(AMD)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에 처방되며,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2조 원(9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눈 안의 유리체에 직접 주사해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삼천당제약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SCD411)는 아일리아의 특허 만료에 맞춰 출시하기 위해 준비한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이다. 단순한 화학 복제약(제네릭)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제조하므로 고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오리지널 약과 효능 및 안전성이 동등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고가 치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과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획기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삼천당제약은 기존 주사제 방식의 아일리아를 먹는 약(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 5개국(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과의 공급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 '안과용제 강자' 삼천당제약, 바이오 기업으로 재탄생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삼천당제약이 단순한 바이오 벤처가 아닌, 8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안과용제 국내 1위'의 중견 제약사라는 점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1943년 고(故) 김기운 명예회장이 설립한 삼천당약방을 모태로 한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중견 제약사로,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설립 초기부터 탄탄한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안과 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삼천당제약은 국내 안과용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대표 제품으로는 일회용 인공눈물인 '아이리스' 시리즈와 항생 점안액 등이 있다. 최근에는 기존 합성의약품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SCD411) 개발경구용 인공지능(AI)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205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약 115억원 수준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약 380여명(2025년말 기준)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며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유럽 5개국과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공급계약 체결 등 굵직한 해외 성과를 내며 코스닥 제약·바이오 섹터의 '대장주'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불거진 공시 의무 위반 사유 등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대규모 계약의 실질적 수익성 증명이 향후 기업 가치 제고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 4월23일, ‘거래 정지’의 기로...최근 1년간 벌점은 0점

 

삼천당제약의 운명은 오는 4월23일 결정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까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벌점 규모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삼천당제약의 최근 1년간 벌점은 0점이지만, 이번 사안의 위중함을 고려할 때 벌점 부과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벌점이 8점 이상 부과될 경우, 규정에 따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시가총액이 큰 대장주임을 고려할 때 거래 정지는 투자 심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누계 벌점이 15점을 넘어서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즉 퇴출 여부를 가리는 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바이오 기업에 공시는 곧 ‘생명선’이다.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이 큰 산업 특성상, 투자자들은 공시라는 창을 통해서만 기업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신속한 소명과 함께 IR(투자설명)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화려한 보도자료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이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4월23일, 거래소가 내릴 결정은 삼천당제약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 업계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김은국 기자 misterk@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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