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다원시스, 코스닥 퇴출 기로에 거래정지 연장

  • 등록 2026.03.25 13: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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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범위 제한·계속기업 불확실성 노출, 이의신청 결과까지 매매 ‘올스톱’
자본잠식·불성실공시 벌점 10점 ‘사면초가’, 거래소 상폐 절차 전격 착수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철도 차량 및 플라즈마 전원장치 전문 기업 다원시스가 지난 3월23일,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따른 주권매매거래정지 기간 변경을 공시했다.

 

이번 변경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다. 기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확정일’까지였던 정지 기간이 ‘상장폐지 이의신청기간 만료일 또는 이의신청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로 바뀌면서, 투자자들은 이의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식을 팔 수 없는 장기 표류 상태에 빠지게 됐다.

 

다원시스가 증시 퇴출 위기에 몰린 직접적인 원인은 2025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의 ‘의견거절’이다. 외부 감사인은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주요 재무 수치 확인 불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사유로 들었다. 특히 재계와 시장에서는 최근 제기된 ‘사기 혐의 수사’와 ‘완전 자본잠식’ 가능성이 감사의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전력전자의 강자’ 다원시스, 영광의 역사와 멈춰선 전동차

 

1996년 ‘다원산전’으로 첫발을 내디딘 다원시스는 대한민국 전력전자 산업의 국산화를 이끌어온 상징적인 기업이다. 창업주인 박선순 대표이사는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엔지니어로, 전력용 반도체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용 특수 전원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2010년 코스닥 시장 상장 이후 다원시스는 단순한 부품 제조사를 넘어 국가 전략 과학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했다.

 

다원시스의 진정한 저력은 '특수 전원장치' 사업부에 있다.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에 초정밀 전원공급장치를 독점 공급하며 세계적 기술력을 입증했다.

 

또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등 국가 기초과학 인프라 구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은 고부가가치 시장을 장악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링 명가’로서의 자부심은 다원시스를 매출 수천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원동력이었다.

 

완성차 시장으로의 도약은 2017년 철도 차량 제작사 ‘로윈’을 흡수합병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현대로템에 추진제어장치(CI, Converter/Inverter)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던 다원시스는 이 합병을 통해 설계부터 제작까지 아우르는 완성차 제조사로 거듭났다. 당시 업계는 현대로템의 독주 체제를 깰 ‘제3의 대안’이라며 환호했고,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 등 공공 발주 물량을 공격적으로 수주하며 매출 외형을 급격히 확장했다.

 

다원시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회사 '다원메닥스'를 통해 꿈의 암 치료 기술로 불리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Boron Neutron Capture Therapy)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붕소중성자포획치료는 종양 세포에 선택적으로 축적된 붕소에 중성자를 조사해, 핵반응을 통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차세대 방사선 치료 기술로 평가된다. 전력전자 기술을 의료 분야로 확장한 이 신사업은 다원시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무리한 철도 수주 경쟁이 낳은 납품 지연과 사법 리스크는 결국 경영 체제의 붕괴를 불러왔다. 박선순 대표이사는 2026년 1월, 내부 관리 실패와 재무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권 사임을 발표하며 3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때 ‘K-기술력’의 자존심이었던 다원시스의 전동차는 이제 신뢰의 위기 속에 멈춰 서게 됐다.

 

■ ‘다윗’ 다원시스와 ‘골리앗’ 현대로템…흔들리는 K-철도 양강 구도

 

대한민국 철도 차량 시장은 수십 년간 현대로템이 사실상 100% 점유율을 장악해 온 '골리앗의 영토'였다. 다원시스는 당초 현대로템의 전동차에 핵심 부품인 추진제어장치(CI)를 공급하던 긴밀한 협력사였다. 그러나 2017년 다원시스가 철도 차량 제작사 '로윈'을 흡수합병하며 완성차 제조 능력을 갖추자, 두 회사의 관계는 '공생'에서 '생존을 건 혈투'로 급격히 전환됐다. 다원시스는 현대로템의 독주를 견제할 '제3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K-철도 시장을 양강 구도로 재편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본격적인 갈등의 도화선은 공공 발주 물량을 둘러싼 치열한 입찰 경쟁이었다. 다원시스는 시장 진입을 위해 현대로템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공격적 저가 수주' 전략을 펼쳤다.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노후 전동차 교체 사업을 잇달아 따내며, 다원시스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30~40%를 잠식하는 저력을 보였다. 다윗이 던진 돌에 골리앗이 휘청이는 형국이었으나, 이는 동시에 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제 살 깎기' 경쟁의 시작이기도 했다.

 

다원시스가 확보한 대규모 수주 잔고는 예상치 못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폭등을 만나며 '독이 든 성배'로 변질됐다. 고정된 계약 금액 대비 제작 원가가 수직 상승하자 수주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제작 지연에 따른 천문학적인 지체상금 압박은 다원시스의 재무 구조를 파탄 냈고, 이는 최근 불거진 '코레일 납품 사기 의혹'의 근본 원인이 됐다. 반면,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필두로 한 방산 부문의 기록적인 수출 호조와 철도 부문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체급 차이를 더욱 벌렸다.

 

2026년 현재, 두 기업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원시스가 감사의견 거절과 상장폐지 실질심사라는 벼랑 끝에 몰리면서, 시장은 다시 현대로템의 '독점 체제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으로 발생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현대로템뿐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다원시스의 몰락이 철도 인프라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되었음을 시사한다. 

 

 

 

■ 수백억대 선금 수령 후 ‘돌려막기’ 의혹…검찰 수사 본격화

 

다원시스의 추락을 가속화한 결정타는 단순한 경영 부실이 아닌 '사법 리스크'였다. 서울중앙지검은 다원시스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전동차 납품 과정에서 대규모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의 핵심은 다원시스가 계약된 열차를 정상적으로 제작할 능력이 현저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허위 공정보고서를 제출해 코레일로부터 수백억 원 규모의 선금과 중도금을 편취했다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파행적 운영의 뿌리는 과거 무리하게 따냈던 '저가 수주'의 부메랑에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수직 상승하자, 다원시스는 전동차를 제작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역마진' 구조에 직면했다. 자금난에 봉착한 회사가 선택한 고육지책은 새로운 계약을 통해 받은 선금을 앞선 프로젝트의 제작비로 투입하는 소위 ‘자금 돌려막기’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금을 조기 수령하기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 부품 수급 현황이나 차체 조립 공정률을 조직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다원시스 본사와 생산 공장을 압수수색하여 회계 장부와 내부 결재 문건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코레일 측에서도 실제 납품된 차량의 중대 결함과 인도 지연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전방위적 사법 리스크는 외부 감사인이 2025년 사업연도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내리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감사인은 사기 혐의와 관련된 우발채무 규모를 산정할 수 없고, 수사 결과에 따라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감사범위 제한'과 '계속기업 불확실성'이라는 최악의 진단을 내렸다. 결국, 한때의 성장을 위해 선택한 편법이 부메랑이 되어 16년 상장 역사를 끝낼 수도 있는 사형 선고로 돌아온 셈이다.

 

<2025년 12월 연결 기준 다원시스의 재무 상태 >

  구분 (연결 기준)   2024년말 (확정)  2025년말 (추정)  증감 및 분석
자산 총계 7,457억원 약 7,200억~7,400억원   자산 가치 재평가 및 손상 반영
부채 총계 4,868억원 약 5,500억~6,000억원 지체상금 및 단기 차입금 급증
자본 총계 2,589억원 약 1,200억~1,500억원 전년 대비 약 40~50% 급감
영업이익 76 원 (흑자) 적자 전환 추정 원가 폭등 및 제작 지연 직격탄
당기순이익 119억원 (흑자) 대규모 순손실 기록 사기 의혹 관련 충당금 반영 영향  

 

 

■ ‘벌점 10점’의 저주와 2,589억 자본의 허상…운명의 기로

 

다원시스의 이번 사태는 갑작스러운 악재라기보다 누적된 관리 부실이 터져 나온 결과에 가깝다. 회사는 최근 경영권 분쟁 소송 및 주요 판결에 대한 지연 공시로 인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특히 단숨에 부과된 ‘벌점 10점’은 상장사로서 최소한의 투명성조차 유지하지 못했다는 ‘레드카드’와 다름없다. 벌점이 누적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내부통제 시스템은 이를 제어하지 못한 채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파국을 맞이했다.

 

2025년 12월 연결 기준 다원시스의 재무 상태는 단순한 부실을 넘어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1년 전 2,589억 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각종 손실과 우발채무가 반영되며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반대로 부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철도 차량 사업의 특성상 부품 조달과 제작에 막대한 선투입 자금이 필요하지만, 납품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인해 장부상 이익이 실제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익성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감사인은 회사가 주장하는 자산 가치와 수익성이 사기 혐의 수사 및 우발채무 리스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2,530원에 멈춰선 주가는 이러한 재무적 불신이 극에 달한 결과물이다.

 

다원시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회사는 이제 상장폐지 사유 통보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개최될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는 △사기 혐의 수사에 따른 재무적 영향의 명확한 산출 △실효성 있는 자본확충 방안 △내부통제 시스템 혁신안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만약 기심위에서 개선기간(통상 1년 이내)을 부여받는다면 극적인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자본잠식 해소 방안이 불투명하고 사법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16년 상장 역사는 마침표를 찍게 된다. ‘철도 종가’의 자존심을 지켜내느냐, 코스닥 시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느냐는 이제 거래소의 최종 판단에 달려 있다.

 

< 다원시스 상장폐지 이의신청 및 심의 절차 >

단계 주요 일정 (예상) 세부 내용 및 조치
사유 발생 2026. 03. 17 2025사업연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공시 및 거래정지
이의신청 사유 발생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 다원시스 측이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이의신청서 제출
심의 대상 여부 결정 이의신청 후 15~20영업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개최 여부 및 실질심사 대상 확정
기심위 심의/의결 대상 결정 후 20영업일 이내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최대 1년) 부여 결정
최종 결정 심의 완료 후 즉시

[정상화] 상장 유지 및 거래 재개

 

[퇴출] 상장폐지 및 정리매매(7영업일)

김은국 기자 misterk@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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