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고물가·고금리로 가계 경제가 팍팍해진 가운데, 서민들의 생활 밀착형 금융사인 카드업계의 '임원 성과급' 향방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로 공분을 샀던 롯데카드가 사고 발생 연도에도 임원 성과보수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 "사고는 고객이 당했는데..." 롯데카드, 성과급은 32억 '잔치'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 8개 카드사가 최근 공시한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임원 성과보수액은 32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억1,000만원(3.5%) 증가했다. 이는 '임원 성과보수 총액' 부문업계 1위 현대카드에 이어 전체 카드사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문제는 시점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9월 해킹 사고로 인해 무려 297만명에 달하는 회원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금융사고를 냈다. 고객들은 명의 도용 불안에 떨었지만, 회사는 그해 임원들에게 돌아갈 성과급 보따리를 오히려 키운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측은 "임원 수가 35명에서 42명으로 늘어난 데 따른 총액 증가"라고 해명했으나, 사고 책임에 대한 엄중한 보상 평가가 결여되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현대카드 78억 '압도적 1위'…신한·삼성 '반토막'
성과보수 총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카드였다. 지난해 78억4,000만원을 지급하며 2위인 롯데카드보다도 2배 이상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태영 부회장과 조창현 대표에게 지급된 7억9,000만원을 제외하고도 일반 임원들에게만 70억원이 넘는 돈이 나갔다.
반면, 업계 전통의 강자인 신한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들 3사는 임원 성과보수액을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대폭 삭감했다. 특히 삼성카드는 지난해 임원 성과보수가 8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10억 원 이상 급감해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카드업계에서 기업의 위상을 결정짓는 전통적인 척도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 이용실적(취급액)'이다. 현재 시장은 신한카드가 부동의 1위를 수성하는 가운데, 삼성카드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며 강력한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와 함께 3~4위권을 형성하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최근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과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흥행에 힘입어 신규 회원 유입과 점유율 면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전체 이용금액 규모 측면에서는 여전히 1위 신한카드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전체 취급액에서는 선두권과 격차가 존재하나, 현대카드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과 특화 카드 부문에서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시장 내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 카드사 임원 보수, 어떻게 결정되나?
각 사의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명시된 보수 체계를 살펴보면, 카드사들은 단순히 이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성과급을 주지 않는다. 매우 정교한 산식과 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현대카드는 전사 손익 목표 달성률뿐만 아니라 연간 사업 성과 및 업적 기여도를 종합한다. 특히 '보수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기본 연봉의 0~70% 내에서 상여금을 지급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상 임원의 범위에 실장급까지 포함되어 인원수가 많다 보니 총액이 높게 산정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는 단기성과급 산정 시 세전이익 등 정량지표와 함께 전략과제 달성도, 리스크 관리 등 정성지표를 혼합하여 평가한다. 임원 개인별 성과 평가는 최고경영자(CEO)가 실시하며, 최종 보수액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보수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번 총액 증가는 사고 여파보다 인원 증대와 기존 평가지표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삼성카드는 경영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단기인센티브(OPI, Overall Performance Incentive)'와 '목표달성 장려금(TAI, Target Achievement Incentive)' 체계를 운영한다. 지난해 이들 카드사의 보수가 급감한 것은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업황 부진이 평가지표에 엄격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즉, '성과가 없으면 보수도 없다'는 원칙이 철저히 적용된 결과다.
< 8개 카드사 임원 성과보수 현황 > (2025년 공시 기준)
| 카드사 | 임원 수(명) | 성과보수 총액 | 1인당 평균 성과보수 | 전년 대비 증감 |
| 현대카드 | 56 | 7,840 | 140.0 | ▼ 감소 |
| 롯데카드 | 42 | 3,260 | 77.6 | ▲ 증가 |
| KB국민카드 | 22 | 1,510 | 68.6 | ▼ 감소 |
| 하나카드 | 18 | 980 | 54.4 | ▼ 감소 |
| 비씨카드 | 21 | 1,140 | 54.2 | ▲ 증가 |
| 신한카드 | 30 | 1,420 | 47.3 | ▼ 감소 |
| 우리카드 | 16 | 740 | 46.2 | ▲ 증가 |
| 삼성카드 | 21 | 800 | 38.1 | ▼ 감소 |
■ 성과주의 보상인가, '제 식구 챙기기'인가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사의 '성과급 잔치'에 대해 엄격한 공시와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임원 보수 산정 시 금융사고 예방과 같은 '비재무적 지표' 반영 여부가 핵심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배구조연차보고서상 보수 산정 근거는 명시되어 있으나, 대규모 정보 유출과 같은 실책이 성과급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보수 위원회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카드사별로 극명하게 엇갈린 성과급 명세표가 향후 고객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