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화장품 업계의 실적 성적표가 직원들의 평균 연봉에서도 극명한 희비 쌍곡선을 그려냈다. 글로벌 시장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은 '억대 연봉' 시대를 다시 열었지만, 내수 정체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전통의 강자들은 임금 상승 폭이 둔화되거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글로벌 잭팟' 아모레퍼시픽, 3년 만에 억대 연봉 탈환
3월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뷰티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수치로, 남녀 직원 모두 고르게 급여가 상승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의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이에 따른 성과급 지급이 전체 평균 연봉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 2025년 주요 화장품 기업 직원 평균 급여 현황 >
| 기업명 | 평균 연봉 (2025년 기준) | 전년 대비 증감률 | 비고 (주요 특징) |
| 아모레퍼시픽 | 1억 300만원 | +17% | 글로벌 실적 호조에 따른 성과급 반영 |
| 에이피알(APR) | 9,200만원 | +67% | 착시 효과: 스톡옵션 이익 포함 결과 |
| LG생활건강 | 8,700만원 | +7.4% | 수익성 악화로 아모레와의 격차 확대 |
| 애경산업 | 6,700만원 | 0% (동결) | 영업이익 급감으로 인한 임금 정체 |
■ 에이피알의 '화려한 지표'…알고 보니 임원 스톡옵션 착시?
가장 드라마틱한 지표 변화를 보인 곳은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200만원으로, 전년(5,500만원) 대비 무려 67%나 폭등했다. 특히 남자 직원 평균 급여는 1억5,600만원을 기록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지난해 상반기 단행된 임원진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이 급여 총액에 산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등기임원 1인 평균 급여액은 전년 7억원대에서 지난해 94억7,300만원으로 13배 이상 폭증했다.
일회성 요인인 스톡옵션 행사분을 제외할 경우, 에이피알의 실질 평균 연봉은 오히려 5,100만 원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지표상 급여 급증은 스톡옵션 행사 기간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며 "실질 급여를 기준으로 본다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구분 | 지표상 수치 (공시 기준) | 실질 추정치 (일회성 제외) |
| 에이피알 전체 평균 | 9,200만원 | 약 5,100만 원 |
| 남자 직원 평균 | 1억 5,600만원 | 업계 최고 수준 (임원 비중 높음) |
| 미등기임원 평균 | 94억 7,300만원 | 전년(7억 원) 대비 13배 폭증 |
■ '에이프릴스킨'으로 출발해 10년 만에 뷰티 테크 유니콘 등극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인 에이피알(APR)은 2014년 '에이프릴스킨(Aprilskin)'이라는 사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창립 당시 천연 화장품 브랜드를 표방하며 '매직스톤' 등 히트 상품을 배출, 온라인 기반의 D2C(소비자 직접 판매) 모델을 성공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에이피알은 사업 영역 확장에 맞춰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하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단순 화장품 제조를 넘어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medicube)',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NERDY)', 셀프 스튜디오 '포토그레이'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특히 2021년 출시한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은 에이피알을 단순 화장품 기업에서 '뷰티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핵심 동력이 됐다. 집에서 전문적인 피부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이피알의 강점은 전통적인 뷰티 대기업을 압도하는 수익성이다. 2025년 기준 영업이익률 약 18%를 기록하며 내실 경영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자체 R&D 센터인 'ADC(APR Device Center)'를 통한 기술 내재화와 높은 자사몰 판매 비중 덕분으로 풀이된다.
현재 에이피알은 국내를 넘어 미국, 일본, 홍콩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뷰티 디바이스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전체 매출의 약 4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 수익성 악화에 발목 잡힌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반면, 전통의 뷰티 강자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뼈아픈 한 해를 보냈다. LG생활건강의 직원 평균 연봉은 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4% 상승에 그쳤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7%, 62.8% 급감하는 등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아모레퍼시픽과의 연봉 격차는 전년 700만 원에서 1,600만원까지 벌어졌다.
애경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내수 시장 정체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54.9%나 쪼그라들면서 직원 평균 연봉은 6,700만 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동결됐다. 실적 악화가 고스란히 직원들의 처우 정체로 이어진 셈이다.
■ 남녀 연봉 격차 여전…에이피알 8,800만 원으로 '최다'
성별 임금 격차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서 남녀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에이피알로, 무려 8,8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고액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임원진이 주로 남성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3,550만원의 격차를 보여 그 뒤를 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연봉 서열이 정해졌으나, 이제는 '어느 시장에서 돈을 벌었느냐'에 따른 성과급 차이가 연봉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며 "북미 등 해외 신시장 개척 여부에 따라 향후 기업 간 급여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25년 결산 기준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 경영 지표 현황 > (단위: 매출/영업이익 - 억원)
| 순위 | 기업명 | 매출액 (연간) | 영업이익 | 직원 수 | 주요 특징 및 모멘텀 |
| 1 | LG생활건강 | 68,048 | 4,870 | 4,400여명 | 매출 1위 수성, 수익성 개선 과제 |
| 2 | 아모레퍼시픽 | 40,213 | 3,520 | 5,300여명 | 북미 실적 잭팟, 영업이익 반등 성공 |
| 3 | 한국콜마 (ODM) | 24,560 | 1,980 | 1,100여명 | 인디 브랜드 열풍 최대 수혜 |
| 4 | 코스맥스 (ODM) | 21,800 | 1,650 | 1,200여명 | 글로벌 생산 기지 확대 가속화 |
| 5 | 에이피알 (APR) | 6,850 | 1,250 | 500여명 | 영업이익률 18%, 뷰티 테크 강자 |
| 6 | 애경산업 | 6,680 | 410 | 850여명 | 내수 정체 속 글로벌 활로 모색 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