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지난해 국내 증권업계는 유례없는 ‘민원 폭풍’에 휩싸였다.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시장은 축제 분위기였으나, 정작 투자자들의 소통 창구인 고객센터는 분노 섞인 항의로 몸살을 앓았다. 전산장애로 인한 매매 기회 상실부터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까지 투자자의 재산권과 직결된 사고가 잇따르면서 증권사를 향한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 1년 새 민원 7.1배 폭증…대형사일수록 ‘민원 집중’
2월10일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3개 증권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1만48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2076건과 비교해 무려 7.1배(614.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자본금 규모가 큰 10대 증권사의 민원이 1만4081건에 달해 전체의 약 95%를 차지했다. 증권사들이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고 서비스 질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 키움증권, ‘전산 쇼크’에 민원 635배 폭등
가장 뼈아픈 성적표를 받은 곳은 키움증권이다. 2024년 단 19건에 불과했던 민원 건수가 지난해 1만2072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약 635배나 불어난 셈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지난해 4월 발생한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접속 및 주문 체결 지연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이틀간 이어진 전산 장애로 제때 주식을 팔지 못한 투자자들이 2분기에만 1.2만건이 넘는 민원을 쏟아냈다. 키움증권은 사태 수습을 위해 지난해 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50억원, 내년 500억원 등 총 1250억원 규모의 IT 예산을 투입해 시스템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투자증권, ‘벨기에 부동산 펀드’ 전액 손실 여파
민원 건수 2위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1089건)은 '상품 판매' 부문에서 발목을 잡혔다. 전체 민원의 98.3%가 상품 관련 불만이었다. 2019년 판매된 벨기에 부동산 펀드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전액 손실이 발생하면서, 최대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에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국투자증권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1월부터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는 일괄 배상 절차에 돌입하며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실추된 실적 신뢰도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교보증권 ‘지연 사고’로 3위…미래·KB는 기저효과로 ‘감소’
교보증권 역시 전산 지연 문제로 4분기에만 210건의 민원을 받으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측은 시스템 오류가 아닌 거래량 폭주로 인한 화면 지연이라고 해명했으나 투자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165건)과 KB증권(108건)은 오히려 민원이 20~30%가량 감소했다. 이는 2024년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중단 등 대형 악재가 이미 반영됐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2025년 주요 증권사 민원 발생 현황 비교 >
| 증권사명 |
2024년 민원(건) |
2025년 민원(건) |
증감률 (%) | 주요 민원 원인 및 특징 |
| 키움증권 | 19 | 12,072 | +63,436% |
4월 MTS 전산장애로 인한 주문 체결 지연 (민원 폭증 주인공) |
|
한국투자증권 |
715 | 1,089 | +52.3% |
벨기에 부동산 펀드 전액 손실 관련 상품 판매 민원 (98.3%) |
| 교보증권 | 9 | 241 | +2,577% |
4분기 거래량 폭주로 인한 화면 지연 사고 (210건 집중) |
| NH투자증권 | 127 | 40 | -68.5% |
공모주 청약 배정 오류(분쟁)는 늘었으나 일반 민원은 감소 |
| 미래에셋증권 | 222 | 165 | -25.7% |
2024년 전산장애 여파 소멸에 따른 기저효과 |
| KB증권 | 159 | 108 | -32.1% |
2024년 홍콩 ELS 사태 등 대형 악재 해소로 인한 감소 |
| 전체 (33개사) | 2,076 | 14,833 | +614.5% |
업계 평균 약 7.1배 폭증 (전산 및 상품 이슈 복합 작용) |
■ "수익 걸맞은 시스템 인프라 투자 시급"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내부 통제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 대금 증가로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해당 이익을 투자자 보호와 IT 안정성 강화에 우선적으로 재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