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연초 코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247540)을 향해 증권가가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최근의 급등세가 업황 회복이라는 실질적 근거가 아닌, 정부 정책 기대감에 따른 '수급 쏠림'이 빚어낸 과열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주가 수준은 4년 뒤 미래 실적을 미리 끌어와 계산해도 전 세계 동종 업계 중 가장 비싼 수준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 "2028년 이익 당겨와도 PER 100배"…전무후무한 고평가
2월6일 iM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Hold)'을 유지하며, 최근의 주가 상승이 기업의 내재 가치와는 동떨어진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를 18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는 했으나, 이는 전날 종가(21만1500원) 대비 15%나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현재 가격에서는 '팔거나 사지 말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장 충격적인 지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다. 보통 증권가에서는 향후 1년 뒤의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한다. 하지만 iM증권 분석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무려 4년 뒤인 '2028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PER이 109배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이차전지 셀 및 소재 업체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미래의 성장을 미리 반영하는 성장주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4년 뒤의 이익을 모두 선반영한 주가가 여전히 100배가 넘는다는 것은 극심한 저평가 국면이 아닌 '초고평가' 상태임을 의미한다.
■ 흑자 전환의 비밀은 '기계 수명 연장'…본업은 제자리
투자자들이 환호했던 지난해 4분기 실적의 '민낯'도 공개됐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은 4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를 뜯어보면 양극재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결과가 아니었다.
회계 처리 방식의 변경이 결정적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은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의 내용연수를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자산의 수명을 길게 잡으면 매년 장부에 기입하는 감가상각비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약 400억 원 규모의 비용이 일시에 줄어드는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회계적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사실상 손익분기점(BEP)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 이차전지가 아니라 '코스닥 지수'에 베팅한 자금들
주가를 밀어올린 동력 역시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수급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코스닥 150 ETF'에는 무려 6조 원의 자금이 쏠렸다. 반면 순수하게 이차전지 산업을 담은 테마 ETF의 설정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이차전지의 미래를 보고 주식을 산 것이 아니라, 정부의 코스닥 시장 부양 정책에 따라 지수 가중치가 높은 에코프로비엠에 기계적인 매수세(패시브 자금)가 유입된 결과라는 것이다. '산업 테마'가 아닌 '지수 테마'로 변질된 셈이다.
■ 2026년 역성장 우려…유럽·미국발 악재 '산 넘어 산'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하기 어렵다. iM증권은 내년(2026년)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18% 감소한 1,17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는 물론, 정책적 변수가 치명적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차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종료'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수요 위축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지 전기차 구매의 강력한 유인책이었던 세액공제가 사라질 경우,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된 소비자들이 구매를 대거 보류하거나 내연기관차로 회항하면서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의 대미 수출 전선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막대한 자본력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이른바 '치킨 게임'이 심화되고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필두로 한 중국산 배터리의 파상공세에 맞서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 방어와 시장 수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지 생산 원가 절감과 차세대 제품 상용화가 생존의 핵심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현재 고점 대비 주가가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한계치에 다다랐다"며 "정부 정책에 따른 추가 수급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으나, 펀더멘털을 무시한 개별 종목 차원의 추격 매수는 매우 위험한 구간"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