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칼럼] 코스피 5000, 모두의 축제는 아니었다

  • 등록 2026.02.06 13:18:07
크게보기

 

 

코스피 5,000시대가 열렸다.

 

뉴스는 연일 ‘사상 최고치’라는 표현을 쓴다. 증권사 리포트에는 축배가 오르고 방송에서는 “지금이라도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간다. 시장은 그야말로 축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축제 한복판에서 나는 계속 관중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나도 주식을 한다.

 

대형주 위주다. 삼성전자, 2차전지, 반도체, 대표지수에 이름이 오르는 종목들. 누가 봐도 “틀리지 않은 선택”처럼 보이는 포트폴리오다. 그런데 결과는 묘하다. 하락하면 사고, 상승하면 팔았다. 손실을 피하려다 수익도 놓쳤다. 불안은 줄이려 했지만 오히려 쌓였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지금, 내 계좌는 벌지도 마이너스도 아니다. 말 그대로 제자리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다르다.

 

누군가는 “이번 장에서 꽤 벌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이미 연봉에 준하는 현금을 마련해서 털고 나왔다로 자랑이다. ‘너무 보수적이었나, 아니면 대형주에만 묶여 있어서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대형주에 몰빵해야 하나, 이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 간극은 개인의 문제일까.

 

숫자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개인투자자 중 꾸준히 수익을 내는 비중은 10~15% 수준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개인투자자 거래행태 분석에서도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단기 매매를 반복할수록 성과가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흔히 말하는 ‘개미’의 상당수는 지수 상승 국면에서도 체감 수익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개인은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정보는 넘친다. 문제는 타이밍과 심리다. 개인투자자는 하락장에서 ‘더 떨어질까 봐’ 못 사고, 상승장에서 ‘이제 꺾일까 봐’ 판다. 나 역시 손실을 견디지 못해 일찍 팔고, 다시 들어갈 용기가 없어 지켜본다. 그렇게 시장은 올라가고 계좌는 멈춰 선다.

 

이번 달 코스피는 결국 5,370선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수는 일부 대형주, 일부 업종이 끌어올렸다. 반도체와 AI, 글로벌 자금이 선호하는 종목들이 지수를 밀어 올렸지만, 그 흐름을 끝까지 들고 간 개인은 많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체감과 달리 통계상으로는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신한투자증권이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주식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식을 매도한 개인투자자 중 약 67%가 수익을 기록했다. 평균 실현수익은 약 912만 원이었다. 반면 33%는 손실을 봤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개인투자자의 다수는 ‘돈을 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기준은 ‘매도 시점의 실현 수익’이다. 아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계좌의 평가손익은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수익을 낸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1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수익에 그쳤다. 통계상 수익과 체감 수익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주변에서는 다들 돈을 번다’는 인식이 만들어진다. 수익을 낸 경험은 이야기로 남고, 정체되거나 손실을 본 경험은 공유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는 시장과 경쟁하는 동시에, 과장된 수익 서사와도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내 계좌의 정체는 실패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상당수 개인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상황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상승장은 묘하게 공허한 느낌이 든다.

 

모두가 같은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는 폭죽 아래에서 환호하고, 누군가는 멀리서 사진만 찍는다. 개인투자자의 계좌는 축제의 중심이 아니라 관중석에 가깝다. 소리는 크지만 손에 쥔 것은 없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지금이라도 더 공격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인투자자의 성과를 가른 것은 정보나 종목이 아니라 태도와 '시간의 사용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오를 때마다 팔고,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바꾸는 한, 지수의 기록은 개인의 기록으로 남기 어렵다.

 

코스피 5,000 시대는 ‘모두가 돈을 버는 장’이 아니다.

 

일부는 큰 수익을 거두고, 다수는 체감 없는 상승을 경험하며, 또 다른 일부는 시장 밖에서 기회를 놓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언제나 상승의 서사를 중심으로 기억된다. 개인투자자가 느끼는 박탈감은 여기서 생긴다. 지수는 역사에 남지만, 체감은 통계에서 빠진다.

 

그래서 이 상승장은 축제이면서 동시에 시험대다.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머물렀는지가 남는다. 단기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조정 국면에서도 같은 판단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다.

 

불꽃놀이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꽃의 크기가 아니라, 그 빛이 사라진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는지다. 이번 코스피 5,000 시대가 개인투자자에게 남길 진짜 교훈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버텼느냐일 것이다.

 

 

고은영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초빙교수

고은영 칼럼리스트 기자 eunyoungstar@naver.com
Copyright @경제타임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