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 사실상 추월당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2월23일 발표한 ‘5대 주력 품목 한·중·일 수출경쟁력 비교’ 보고서는 이 불편한 현실을 숫자로 보여준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기계·철강·화학공업 등 4개 전통 제조업에서 한국은 모두 중국에 뒤처졌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중·일 3국의 제조업 판도 변화를 분석한 이번 보고서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과 물량을 기준으로 한 ‘양적 경쟁력’, 비교우위와 부가가치를 반영한 ‘질적 경쟁력’을 함께 평가했다. 이 분석에서 중국은 이미 강점을 보이던 기계·화학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도 앞서 나갔다. 한국이 경쟁력을 지켜낸 분야는 오직 반도체 하나뿐이다.
이 결과를 단순히 “중국이 싸게 많이 만든다”는 이야기로 넘길 수는 없다. 중국은 이제 양적 규모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며, 제조 강국이 됐다. 전통 제조업에서의 추월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지난 5년간의 수출 경쟁력 지표는 이미 결론을 보여줬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의 5년이다. 현재 경쟁의 무대는 기존 공장에서 상업화가 막 시작되는 첨단 제조 공급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6G 통신,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분야에서 중국은 ‘굴기 전략’을 앞세워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기술 전쟁의 중심축은 빠르게 미·중 양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 성과가 첨단 제조 전반으로 확장되지 못한다면, 제조업 강국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이번 보고서는 과거를 평가한 자료가 아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고장이다. 지금의 선택이 5년 뒤 한국 제조업의 생존 좌표를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