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려도 '高유가 늪'…6월은 되어야 70불대

  • 등록 2026.04.06 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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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파괴·물류 병목 여전…리스크 해소돼도 공급 차질 3개월
5월 말 최대 155달러 상단…여름 드라이빙 시즌 수요가 복병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한 달 넘게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가 해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국제 유가의 하락세는 매우 더디고 고통스럽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의 상흔이 남긴 물류 병목과 파괴된 생산 시설이 유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박주란 연구원은 4월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후의 국제 유가 향방을 심층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봉쇄가 풀리더라도 실질적인 공급 차질은 향후 3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리스크 프리미엄’은 사라지지만... 실질 공급망은 ‘만신창이’

 

보고서에 따르면 4월내 교전이 중단되고 해협 봉쇄가 해제될 경우, 그간 원유 시장을 억눌렀던 배럴당 10~15달러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즉각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공포가 사라지며 유가는 일시적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유가의 추가 하락세가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지목했다. 단순히 길만 열린다고 해서 멈췄던 원유가 곧바로 쏟아져 나오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공급 정상화를 가로막는 3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선적 및 물류 차질: 한 달간 멈춰있던 선박들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저장공간 포화와 감산: 봉쇄 기간 동안 나가지 못한 원유가 저장고를 가득 채우면서 강제적인 감산이 이뤄졌고, 이를 다시 가동하는 데 공정이 소요된다.
-생산시설 파괴: 미사일과 드론 공습으로 타격을 입은 주요 원유 생산 및 이송 시설의 복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5월 말 최대 155달러 찍고 내려올 수도”

 

박 연구원은 전쟁 이전 대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의 적정 가격 자체가 이미 배럴당 15달러가량 높아진 70~75달러 선까지 올라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가격대까지 내려오는 속도다.

 

보고서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4월 중순에 봉쇄가 풀릴 경우 유가는 현재의 100달러 선에서 완만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봉쇄 해제 시점이 늦어질수록 고점은 더욱 높아진다. 박 연구원은 △4월 말 100~115달러 △5월 중순 140달러 △5월 말 150~155달러를 각각 상단으로 예측하며, 하락 속도는 매우 느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류 병목과 걸프국 생산 정상화 속도를 고려할 때, 유가가 적정 수준인 70달러대로 회귀하는 시점은 빨라야 6월 중순이 될 전망이다.

 

■ 여름 ‘드라이빙 시즌’ 성수기...고유가 장기화의 ‘복병’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유가가 내려오려는 찰나에 계절적 성수기가 맞물린다. 박 연구원은 “올 여름, OPEC 산유국들의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2분기 ‘드라이빙 시즌’(원유 수요 성수기)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 회복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가의 하방 경직성(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성질)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협 개방이라는 대형 호재 이후에도 전 세계가 상당 기간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중동 위기는 해협의 '물리적 개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 복구'가 완료되어야 실질적인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경고한 한·일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역시 이러한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와 맞물려 더욱 깊어질 우려가 크다.

 

정부와 기업들은 유가 하락 시점을 보수적으로 잡고,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실적 방어 전략을 최소 3분기까지는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총성은 멈춰도 경제적 청구서는 6월 이후까지 계속 배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은국 기자 misterk@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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