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이창용 총재 체제 하에서 명확하고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던 한국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 취임을 기점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그간 유지해온 '적극적인 의견 개진'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보수적이고 신중한 태도로 회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공공정보의 '양날의 검', 신현송 후보자의 비판적 시각
DS투자증권 정형기 연구원은 최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신현송 후보자가 과거 발표한 AER(American Economic Review) 논문인 '공공정보의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of Public Informa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에서 신 후보자는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공공정보가 가져올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시장 참여자들이 공공정보에 과잉 반응할 위험이며, 둘째는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더 정확한 사적 정보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저해하는 효과다. 마지막으로는 공공정보 자체가 가진 미세한 오차나 '노이즈'가 시장 전체로 증폭되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연구원은 "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심한 한국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분석은 그간 독보적인 신뢰를 얻어왔으나, 신 후보자의 이론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공공정보 제공 역할이 다소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 'K-점도표' 유지될까... 소통의 '유연성' 확보가 관건
차기 총재 체제에서도 올해 도입된 'K-점도표'나 분기별 경제 전망 등 제도적인 틀 자체가 곧바로 폐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정책 경로를 안내(Guiding)하던 기존의 적극적인 방식과는 결을 달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신 후보자는 최근 BIS(국제결제은행) 보고서를 통해 "경제의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 진정으로 확신이 없다면 시장을 선제적으로 안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단기적으로는 정책 파급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 스스로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정책적 운신의 폭을 좁히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다.
1959년 대구 출생인 신 내정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경제학·철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영국 옥스퍼드대·런던정경대(LSE),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을 거쳐 2014년 BIS 조사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인이 BIS 조사국장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그는 2006년 9월 IMF 연차총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경고해 주목을 받았고,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내며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설정에 관여했다.
■ '실용적 매파' 수식어 이면의 정부 의지
현재 언론 등 시장 일각에서는 신 후보자를 '실용적 매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 연구원은 이러한 수식어가 후보자 개인의 성향보다는 현재 인플레이션 통제가 시급한 정부의 입장이 투영된 결과라고 짚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2026년 분석에 따르면, 중앙은행장의 성향은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부가 신 후보자를 매파적 인물로 부각시키는 것은 정책적인 실효성 이전에 기대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꺾기 위한 심리적 기제(Window Dressing)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현 총재 임기는 다음달 20일 끝난다. 신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차기 총재로 임명되면 이재명 정부와 함께 임기 4년을 보낸다.
'신현송 호' 한국은행은 정보 전달의 '양'보다는 '질'과 '정확성'에 집중하며, 시장의 자생적인 판단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중앙은행의 신호만을 기다리기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독자적인 분석력을 갖춰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