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1517원…'魔의 저지선' 뚫린 원·달러 환율

  • 등록 2026.03.23 16: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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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융위기급 공포 재현…'트럼프 리스크'에 원화 가치 추락
미 보호무역·고금리 장기화 직격탄…외환당국 개입 무색한 '오버슈팅' 우려

 

경제타임스 김재억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500원을 넘어 1,510원선마저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속에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과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3월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이다.

 

■ '트럼프 리스크'와 연준 금리 향방이 끌어올린 환율

 

이날 환율 급등의 주된 배경으로는 미국 신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달러화 강세 압력이 꼽힌다. 대규모 관세 부과 및 무역 장벽 강화 우려가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가 외환 전략가들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원화 등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불가피한 구조적 환경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내적으로 수출 경기 둔화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화 가치 절하폭을 키웠다는 진단이다.

 

■ "상단 가늠하기 어렵다"…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증폭

 

시장에서는 환율의 '천장'이 뚫린 만큼 단기적으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00원이라는 상징적 저항선이 무너짐에 따라 추격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다.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 등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수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미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미 경제 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재억 기자 jekim@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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