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무급화 검토"...超단시간 노동 사각지대 해법은?

  • 등록 2025.12.25 11: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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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새 3배 급증해 150만명, "월 60시간 넘기면 비용 40% 껑충"
KDI, "주휴수당 제도 재검토 필요"…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확산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2012년 전체 임금근로자의 3.7%에 불과했던 초단시간 근로자 비중은 올해 8.5%까지 치솟았다. 인원수로는 15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새롭게 일자리를 구한 근로자 5명 중 1명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형태라는 점은 우리 노동시장의 허리가 얼마나 가늘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월 60시간)을 경계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노동 비용이 계단식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 '주휴수당'의 역설…저임금 보호하려다 '일자리 쪼개기' 유도

 

12월24일 한국개발원(KDI) 정수환 연구위원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 요인과 정책제언' 보고서에서 위와 같은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주휴수당'을 지목했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순간 주휴수당과 연차휴가권이 발생하고, 4대 보험 가입 의무와 퇴직금 적립 부담까지 더해진다.

 

KDI 분석에 따르면, 15시간의 문턱을 넘는 순간 시간당 평균 노동 비용은 최소 25%에서 최대 40%까지 폭증한다. 이 비용 격차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주들은 결국 근로 시간을 쪼개는 선택을 한다. 이른바 '주 14시간 55분' 계약서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노동자를 초단시간의 불안정한 굴레로 밀어 넣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주휴일 무급화" 파격 제언…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시급

 

KDI는 장기적으로 주휴수당의 폐지(주휴일 무급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저임금제가 안착한 현시점에서 주휴수당은 본래의 목적인 소득 보장보다 노동시장 왜곡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주휴일을 무급화하는 대신 기본 시급을 조정하고 초과근무수당을 현실화하면 초단시간 노동 수요를 줄이고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노동계의 반발과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 사회보험 적용 기준 완화: 월 60시간 미만이라도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 △두루누리 사업 등 보조금 활용: 보험료 지원을 통해 사용자의 비용 급증 구간을 완만하게 만든다.

 

■ "세심한 제도 설계로 '노동의 질' 회복해야"

 

초단시간 노동의 확산은 단순히 근무 시간이 짧은 문제가 아니다. 고용보험과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실종'을 의미한다. KDI의 이번 보고서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의 향방 역시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고용률'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정당한 보호를 받으며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구조적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김은국 기자 miste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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