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탕면 내리고 辛라면 지켰다…업계 '반쪽 인하'

  • 등록 2026.03.17 13: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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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수익성 사수 사활, 해외 매출 핑계로 스테디셀러 가격은 고수
"제일 비싼 건 안 내려" 소비자 눈총…정부 압박 피하기식 선별 인하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고물가에 신음하던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기조와 원재료값 하락이 맞물리면서, 그간 '오르기만 하던' 식품 가격이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제빵업계에서 시작된 인하 바람이 과자와 라면, 식용유 등 식탁 필수품으로 무섭게 번지는 양상이다.

 

■ 제빵업계 이번 주 즉시 반영…“편의점·마트 단팥빵 오늘부터 싸진다”

 

이번 인하 흐름의 신호탄을 쏜 제빵업계는 이번 주 내로 유통 채널 반영을 마친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3월12일부터 단팥빵 등 16종의 인하된 가격을 곧바로 적용했다. SPC 파리바게뜨 역시 3월13일부터 빵류 6종 등에 대해 낮아진 가격을 매대에 반영했다. 매일 제품을 공급받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특성상 대형마트와 편의점 내 입점 매장에서도 이번 주 중 가격 인하 체감이 가능하다.

 

■ 라면 4사 “4월 1일부터 반영”…하지만 ‘신라면·불닭’은 없었다

 

가장 파급력이 큰 라면업계는 오는 4월1일부터 인하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각각 자사를 대표하는 1등 제품인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안성탕면(5.3%)과 무파마탕면(7.2%) 등 16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면서도 간판 모델인 신라면은 건드리지 않았다.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 오리지널은 14.6%라는 파격적인 인하율을 적용했지만, 글로벌 히트작인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익성 사수를 위한 고육지책’이라 분석한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제품”이라며 “국내 가격을 인하할 경우 해외 판매가 책정 및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원재료인 밀가루 외에 전분, 소스 원료 등 기타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압박에 응답하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지탱하는 핵심 캐시카우(Cash Cow)는 지켜내는 ‘선별적 인하’ 전략을 택한 셈이다.

 

■ 제과·식용유도 4월부터 본격 적용…재고 소진 후 순차 반영

 

해태제과의 '계란과자 베베핀'과 대상의 식용유 3종 역시 4월부터 인하된 가격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린다. 유통 기한이 길고 재고 순환이 필요한 품목 특성상, 유통사별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에 맞춰 전국 마트와 편의점에서 순차적으로 가격이 조정될 예정이다.

 

대상 측은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 소비자용 제품 3종의 가격을 최대 5.2% 인하하며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 밝혔다.

 

< 주요 식품 품목별 가격 인하 현황 (예상가 기준) >

 업종 업체명 주요 품목 기존 가격 인하 가격 인하폭 적용 시점
제빵  파리바게뜨   단팥빵, 소보루빵 등 1,600원 1,500원 -100원 3월 13일
  뚜레쥬르 단팥빵, 크림빵 등 1,600원 1,500원 -100원 3월 12일
제과 해태제과 계란과자 베베핀 1,900원 1,800원 -100원  3월 중순~  
    롤리폴리 1,800원 1,700원 -100원  순차 반영
라면 농심 안성탕면 (봉지) - 평균 5.3%↓ - 4월 1일
    무파마탕면 - 평균 7.2%↓ - 4월 1일
  오뚜기 진짬뽕, 짜슐랭 등 - 평균 6.3%↓ - 4월 1일
  삼양식품 삼양라면 (봉지/용기)  - 평균 14.6%↓  - 4월 1일
  팔도 틈새라면 매운김치 - 평균 7.7%↓ - 4월 1일
 유지류  대상 청정원 올리브유 등 - 최대 5.2%↓ - 4월 중순~

 

 

■ 전문가 “반쪽 인하 지적 피하려면 품목 확대 고민해야”

 

유통 전문가들은 이번 식품업계의 대규모 가격 인하를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과거 한 번 올린 식품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하락이라는 명분이 결합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가장 대중적인 제품들이 인하 대상에서 빠진 점은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주력 제품을 제외한 인하는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체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향후 원가 구조가 추가로 안정될 경우, 업계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여 인하 품목을 핵심 제품군까지 확대할지 주목된다"고 제언했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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